꽃산 찾아가는 길
/김용택
오늘도 나는 당신 속에 저뭅니다. 당신을 찾아 나선 이 화창한 긴긴 봄날 긴긴 해 다 질 때까지 당신을 찾아가는 길이 멀고 험할지라도 물 막히면 물 건너고 산 막히면 산 넘듯, 당신 늘 꽃 펴 있다는 그리움 하나로 이겨갑니다. 가다가 가다가 해 저물면 산 하나 되어 산속에 깃들었다가 해 떠오면 힘내어 갑니다. 당신 만나 환히 꽃 필 저기 저 남산은 꽃 없는 쓸쓸한 산 아니라 해맑은 해 어디나 돋는 나라, 눈 주면 늘 거기 꽃 피는 당신 찾아 오늘도 지친 이 몸 당신 찾아가다가 저녁연기 오르는 마을 저문 산 속에 산 되어 깃듭니다.- 김용택시집 ‘꽃산 가는 길’ / 창작과 비평
저도 당신 속에 저뭅니다. 저문다는 거, 그립다는 거, 쓸쓸하다는 거, 우리 모두의 그림자입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꽃은 핍니다. 반드시 피어납니다. 피어날 것입니다. 우리는 믿습니다. 헛된 약속을, 그래도 더욱 믿습니다. 꽃에 속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건만 겨울이 혹독할수록 더욱.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