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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봄밤을 위한 에스키스 2

 

봄밤을 위한 에스키스 2

/천서봉

많은 날 다 보내고, 그 많은 사람 다 보내고 그래도 모자라 써봅니다. 벚꽃편지, 나무를 안고 일어서본 사람은 알지요. 쿵쿵 나무의 심장이 들려주는 둥근 도장의 파문, 창문을 열며 꽃들은 통증처럼 터지고 긴 봄밤 나는 허리 앓습니다. 허리라는 중심과 중심의 아득함, 점점 번지는 그 어지러운 덧없음이 집 근처를 서성거릴 때 나는 당신이 없는 집을 고치고…… 집을 다 고치고 나면 제 허리를 고칠 겁니다. 연골에 칼금 긋듯 흐르던 겨울 별자리들, 소식 끊어진 날들은 어땠나요. 견딤과 그 견딤의 구부러짐, 한 장 한 장 벚꽃은 제 몫의 이별을 편지 쓰고, 이 긴 봄밤, 징검다리 같은 척추 디디며 나는 당신에게 못 갑니다. 휘어진 길들은 좀체 펴지질 않아요…… 벚꽃 편지, 많은 날 다 보내고, 그 많은 사람 다 보내고 그래도 모자라 또 써봅니다.-천서봉 시집 ‘서봉氏의 가방’

꽃들이 통증처럼 터지는 봄이다. 많은 날 다 보내고, 그 많은 사람 다 보내고, 그래도 뭔가 모자라 어지러운 덧없음이 점점 번져가는 날들이다. 화자는 당신에게 벚꽃편지를 쓴다. 당신 없는 집을 고치고, 이 아득한 봄밤을 함께 할 밑그림을 그린다. 허리라는 중심과 중심의 아득함으로 연골에 칼금 긋듯 흐르던 겨울 별자리들, 그 소식 끊어진 날들은 어떠했는지 묻는다. 하지만 벚꽃은 한 장 한 장 제 몫의 이별을 편지로 쓰고, 당신에게 가는 휘어진 길들은 좀체 펴지질 않는다. 당신 없는 허전함이 풍성하게 피어나는 봄날, 쓰고 또 쓰는 편지 같은 벚꽃들이 속절없이 허공가득 흩날렸던 이유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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