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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벌

/정하선

빛이 짧아진 겨울

산 가꾸기 사업에 투입된 우리는

빽빽한 수림 속에 묻혀

곧고 매끄러운 나무를 위해

볼품없는 나무를 찾아

기계톱을 들이댄다.

목숨이 잘려나가도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구조조정으로 목이 잘린 우리는

윗사람의 지시니 어쩌겠냐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던 상사처럼

산림계 직원이 찍어놓았으니 어쩌겠냐며

볼품없다는 이유 하나로

나무의 발목에 날카로운 기계톱을 들이댄다.



- 정하선 시집 ‘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 예지북스

 

 

 

볼품없는 나무, 기계톱, 목이 잘린, 윗사람의 지시는 위 시에서 간벌을 위해 등장하는 언어이다. ‘간벌’은 가혹하지만 건강한 숲을 위한 필요한 과정이다. ‘구조조정’ 또한 그렇다면 간벌과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까. IMF로 인한 구조조정의 비명이 아직 선명하다. 국가운명의 암담함에 집집마다 금붙이를 내놓았고 어쨌든 그 수렁에서 빠져나왔으니 내 작은 금붙이도 어떤 역할을 했을 것임엔 틀림없다. 어쩔 수 없는 게 자연의 법칙이지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한 가족의 운명이 달려있기에 가혹하다. ‘윗사람의 지시’라고 넘어가기엔 무언가 불편하다. 모두가 고민할 문제이다.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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