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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아름다운 이별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는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저녁시간 설악면에 사는 주민들 독서모임이 있다기에 인사도 할겸 참석차 모임 장소에 도착해서 막 인사를 나누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빨리 오빠한테 전화를 해 보란다. 아니 빨리 퇴촌 집으로 가보란다. 순간 장모님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올해 95세이신 장모님은 셋째 처남과 같이 살고 계셨다. 한두 달 아니 두세 달 전까지만 해도 누구의 도움 없이 생활을 하셨고 조석으로 끼니 장만을 직접 하실 정도로 건강도 좋으셨다. 그런데 얼마 전서부터 자꾸 옛날이야기와 이상한 말씀을 하시어 진찰을 받아보니 치매 증상으로 판단이 되어 지난달부터 주 이삼일씩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방문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차를 달려 처갓집에 도착할 즈음 아내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쓰시는 방 장롱 속에 가방을 열어보면 어머니의 신분증이 있으니 가지고 길동에 있는 강동 성심병원으로 빨리 가란다.

다급한 마음으로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니 장모님은 의식 불명으로 누워계셨다. 뵐 때마다 늘 다정하시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냥 편안한 모습으로 숙면을 취하고 계신 듯 보였으며 다소 숨소리만이 거칠어 보였다. 두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니 담당의사는 컴퓨터 화면에 머리 부분을 찍은 사진을 띄워놓고 설명을 한다. 색이 짙은 부분이 출혈이 기 진행된 부분으로 뇌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있으며 옅은 부분도 일시 출혈현상으로 보이니 서너 시간을 더 지켜본 뒤 치료 방향을 찾아 보겠다한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장모님을 옮긴 것은 한밤중이었다. 2차로 의사와 면담을 하니 뇌압은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올라가지 않고 출혈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듯하니 중환자실로 가서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치료를 하면서 지켜보잔다. 면회 시간 외에는 보호자도 출입이 제한되어 할 수 없이 집으로 되돌아오는 발길은 너무나 무거웠고, 어둠속을 달리는 차는 나와는 상관없이 딴 세상을 달려가고 있는 듯 그렇게 45번국도 북한강 강변길을 달렸다.

병원에 입원하신지 열흘째 되는 날 장모님은 하늘나라로 가셨다. 의식이 없는 시간동안 멀리 있는 가족들까지 불러 다보셨으니 더 이상 이 세상에 미련이 없으신 듯 떠나셨다. 마지막 임종은 처형과 아내가 지켰다. 세상에 모든 효들이 살아 움직이는 어버이날, 먼 길 가실 때 입으시려 삼십년 전에 장만하신 새 옷을 입으시고 가슴에는 가족들이 올리는 카네이션을 품고 달콤한 아카시아 꽃향기를 이 세상 마지막 향기로 기억하시면서 가셨다.

아내의 고집으로 리무진으로 모시는 것은 사시던 집까지 하고 집에서부터 1㎞가 조금 넘는 선산까지는 꽃상여로 아니 꽃가마로 모셨다. 늘 함께 하셨던 이웃 분들도 마지막 인사를 하느라 눈물 훔치시는 분 손을 흔들어 주시는 분 등 장모님과의 함께한 세월과 정을 안타까움으로 이별을 하고 계셨다. 화창한 날씨와 동네 주민들 덕분에 장례는 무사히 잘 치루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꽃상여를 해야 된다고 고집을 피운 거야? 요즘은 상여를 메려고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쉽지 않은 일인데, 말하니 돌아오는 대답에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임종 때 엄마한테 약속을 했거든 아버지 만나러 가실 때 꼭 꽃가마 태워서 보내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 편히 아버지 곁으로 가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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