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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기술학교의 희망 찾기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마침내 목표가 분명해 졌으니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텔레비전 화면 속, 기술학교 학생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얼굴조차 보호막 너머로 숨겨야 안전한 용접이 가능하다는 46세 용접과 그 여학생은 교직에 종사했었다고 했다. 자동차 정비학과의 60세 남학생,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왔다는 앳된 청년 남학생까지.

“평생 직장의 꿈이 무너진지 오래지 않아요?”라며 그들은 모두 일하고 싶어서 그곳 기술학교를 찾았다고 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나는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화려했던 지난날의 명함에 연연하지 않을 줄 아는 은퇴자의 용기. 화이트칼라 운운하며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사무실 근무만을 고집하지 않고 과감하게 땀내 나는 작업복을 선택할 줄 아는 젊은 청년의 용기. 안일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힘든 저녁시간을 망설임 없이 선택할 줄 아는 젊은 직장인의 용기에 말이다.

근래에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청년세대의 고통’은, 이제 익숙할 정도로 당연한 사실로 굳어져 버린 것 같다. 가슴 벅찬 꿈과 희망으로 항상 푸르러야 하기에 그 이름도 청년이라 부르게 되었을 젊은이들이 어쩌다 고통과 괴로움의 대명사가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씁쓸하다. 하지만 단순히 경쟁의 어려움으로 현재 청년의 고난을 정의하는 것은, 그들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그 경쟁의 강도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기성세대들이 겪어 온 청년 시절에도 이를 악물고 이겨내야 했던 생존 경쟁은 존재했기 때문이다.

‘희망’ 우리가 지나온 청년 시절 또한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아득 깨물어야만 하는 인내가 필요했지만, 우리에게는 분명 희망이 있었다. 먼지를 마시며 밤낮으로 미싱을 돌리던 언니, 기름때 묻혀가며 꾸지람과 불꽃의 파열음이 뒤섞인 기계실을 뛰어다니던 숱한 오빠들이 가혹한 현실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더 나은 내일’이라는 그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 속 청년들의 희망은 아득해 보인다. 우리들이 부모님과 어르신들의 말을 믿고 열심히 살아왔던 것처럼, 그들도 열심히 믿고 따랐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만 가면 된다.”

“세상이 팍팍해졌으니 학점과 영어만큼은 꽉 잡자.”

“요즘은 다들 열심히 하니 자격증과 봉사활동, 인턴도 필요해.”

그들이 온전히 믿고 밟아온 계단의 끝에는, 그저 언제까지고 더 올라야만 하는, 똑같은 모양의 콘크리트 계단만이 끝없이 이어질 뿐.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지금의 청년들도 열심히 살아온 기성세대들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원인 모를 죄책감으로 묵직한 마음만이 만져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청년들은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자신을 생각하며 우셨을 아버지를 떠올리며 열심히 하겠다는 기술학교의 잘 생긴 그 청년, 아직은 해볼만 하다고 외치시는 주름살 가득한 신입생, 그들은 분명 ‘함께’ 희망을 찾고 있었다. 오늘도 자신만의 기술학교에서 삶의 희망을 닦아갈 이 세상 모든 도전자들에게 꼭 성공하길 바라며 간절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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