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 지사가 지난 주말 일본 히다카시(日高市)를 방문했다. 히다카시의 옛지명은 고구려를 뜻하는 고마군(高麗郡)이다. 실제로 1천300년 전인 고구려가 멸망할 무렵, 왕족인 약광(若光) 등 고구려인 1천799명이 세웠다. 약광은 고구려 마지막 왕인 보장왕의 아들로 신라·당나라 연합군의 공격이 거세지자 일본에 파견한 사절이었지만 고구려가 멸망하면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 정착했다. 약광은 큰 존경을 받았고 세상을 떠난 뒤에 설치된 고마신사에 모셔져 고마군의 수호신이 되었다.
고마군은 1955년 행정구역에서 사라지고 고마란 성을 가진 주민들도 성을 바꿨다. 그러나 2010년 재일동포들을 중심으로 고마약광회가 결성됐다. 고마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커서 왕세자가 고마신사에 다녀갈 정도다. 히다카시는 현재 경기도 오산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우호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히다카시 시장과 시의회의장 등 대표단이 경기도에 찾아와 남경필지사를 면담하고 고구려 유적지가 있는 구리시와 자매도시 오산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때 히다카시 시장은 60대 후손이 약광을 모시는 고마신사 등 고구려와 연관된 역사가 많다면서 특별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남지사는 한일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히다카시와의 교류와 고마군 홍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도는 고마군을 홍보하기 위해 경기관광공사를 통해 고마군 한글 홍보지를 경기관광포털에 게재하고 고마군 건군 1천300주년 한국어판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등 히다카시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오고 있다. 그리고 고마군 건군 1천3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이번 방문에서는 “한일 교류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서 오랜 교류의 상징적 고장인 일본 고마시를 매개로 한일 관계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일본의 강점통치와 독립운동 탄압, 역사 왜곡 말살, 일본군 위안부 만행 등을 저지르고도 참회하지 않는 일본은 한국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당연히 국민감정도 좋지 않다. 그러나 언제까지 과거에 잡혀있을 수는 없다. 일본은 하루빨리 진정한 사과를 바탕으로 한 손해배상을 마무리하고 한국과 함께 미래로 가야 한다. 그래서 남 지사가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고마신사에서 만나라고 권유한 것이다. 일본 하다카시 고마신사가 한일 우호협력의 상징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