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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돌아가신 어머님이 보내주신 기적

 라택주

한중교육문화교류친선협회

사무총장
▲ 라택주 한중교육문화교류친선협회 사무총장

 

녹색 푸르름이 더해가는 요즘, 특별하게 가정의 달이기도 한 5월의 둘째 날에 저는 그리운 어머니를 보내드렸습니다. 2월부터 누워지내시더니 결국 앉아보지도 못하고 제 곁을 떠나가셨습니다. 물도 못넘기시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아프지않고 평안히 돌아가시게 해달라고 틈날때마다 기도했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날 밤 제 손을 몇 번인가 꼭 쥐어주시던 그 동작이 ‘차마 못하신 유언을 대신하셨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 분은 돌아가신 후 기적같은 선물을 제게 보내 주셨습니다.

5월6일 삼우제를 지내고 5월7일 중국 장춘에 갔다가 5월11일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비행기 안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약 2시간을 비행한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할 무렵에 눈을 떴더니 옆에 앉은 선배님이 휴대폰을 말씀하시기에 장난으로 숨겨놓은 줄 알고 걱정도 안했습니다.

그러나 승객들이 하나, 둘…. 모두가 비행기를 빠져나가고 나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자 그때야 덜컥 걱정이 앞섰습니다. 최근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직전의 모습도 담아두고 그 외 명함, 전화번호, 다운받은 자료 등 많은 정보들이 담겨있고 큰 문제는 ‘내가 기억하는 전화번호라야 5개도 안되는데 어이할꼬?’ 하고 걱정이 앞섰습니다. 선배님 전화로 다이얼을 누르니 신호는 가는데 비행기 안에서도 들리지 않고 누군가 받는 것 같지는 않고…. 승무원들도 모두 몰려와 좌석을 뜯어내고 소동을 벌였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장춘공항의 출국장 의자가 내 휴대폰 커버와 같은 빨간색이었다는 것과 게이트에서 7-8번째 앞에 앉아있다가 음료컵을 버릴려고 한손에 두 개를 포개들고, 한손으로는 선물로 받은 표구가 든 종이가방만 들고 의자에 놓았던 전화기를 잊은 채 개찰했다는 생각이 났다.

여승무원이 앞쪽에 서있는 지상근무하는 여직원이 담당자니 해결해줄 거라며 인계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답답한 여직원! 장춘쪽 아시아나 연락처를 알려달라니까 인천공항 분실물센터 전화번호만 내가 내민 명함 뒷 편에 적어주며 그 외는 모르니 궁금한 정보는 직접 인터넷을 검색해서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화가나서 나는 볼륨을 높여 “이런 서비스로 어떻게 세계에서 10년 연속 최우수 항공사가 되었냐, 한심하다”고 쏘아줬다. 뒤따라오던 기장이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장춘공항과 연결해주겠다고 따라오라고 했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분을 따라갔더니 창구 담당직원에게 장춘지점을 연결하라고 한 후 연결되었을 때 나를 직접 바꿔주었다. 잃어버린 휴대폰이 있을만한 곳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집 전화 그리고 와이프 전화번호로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찾게 되면 기적이다’고 생각하며 ‘이것도 이제 고아가 된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고 첫 번째 시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전화기가 문제를 일으켜 투덜투덜했더니 이 기회에 바꾸라는 징조라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공항버스를 타고 집에 와서 짐을 간단히 푼 후 수원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8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오니 딸이 아빠 휴대폰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전화도 오고 문자도 왔기에 나는 반가워 바로 감사 전화를 했다. 장춘쪽 담당자분은 한국에 가는 인편에 단말기를 보내 주겠노라고 했다.

다음날 저녁에 퇴근해서 파주지역에 계신 착한 분이 들고와서 우체국 택배로 보내주신 내 애물단지를 받았다. ‘무시무시한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아들을 맞는 기분이 이런 기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할머님께 양육되어져서 경기도에서 교장으로 근무하다 퇴임하신 후 요즘 할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틈틈이 써서 수필집을 출판 계획하고 계시는 선배 교장선생님께 전화기 찾은 사연을 전화로 말씀 드렸더니 이렇게 문자를 보내셨다.

“돌아가신 참 인자하게 생기신 자네 어머님이 보내주신 선물이네.”

‘그래 맞아! 이건 내 어머님이 보내주신 기적 같은 선물이야. 어머님! 선물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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