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의 48%가 결혼생활 중 가정폭력을 최소 1회 이상 경험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과거에는 개인이나 가정 내 문제로 치부되던 가정폭력이 현정부 들어서는 ‘4대 사회악 근절’로 인해 사회의 일, 국가의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 가정폭력으로 형사입건되어 경찰 도움을 받는 비율은 112신고 가정의 10% 남짓이다. 나머지 90%는 다시 가정으로 되돌아가 폭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많은 피해 여성을 만나다보면 대부분 자녀들에게 행여 피해가 갈까봐 신고를 꺼리거나 형사입건은 더더욱 꺼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바로 ‘피해자보호명령’이다. 이 제도는 형사절차와 별개로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직접 관할 가정법원에 가정폭력 행위자를 상대로 주거 혹은 점유하는 방실로부터 퇴거 등 격리, 주거·직장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친권행사의 제한을 신청하는 것이다.
관할 가정법원에 찾아가 피해자보호명령청구서와 함께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와 가정폭력 피해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사진, 진술서, 진단서 등)를 첨부해 제출하면 된다. 이 제도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경찰에서 형사입건 시 신청하는 임시조치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데 위반 시 제재수단은 훨씬 크다.
임시조치는 주거 등 100m 이내 접근금지 위반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지만 피해자보호명령의 접근금지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처분이 가능하다. 피해자보호명령은 기본 6개월이며 2개월 단위로 연장해 최장 2년까지 가능하니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혼자 고민하지 말고 관할 경찰서 가정폭력전담경찰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