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발자국일까
/송소영
사막 공로를 타고 온 자동차는
외진 곳에 등짐과 함께 잠시 눕혀놓고
혜초를 따라 타클라마칸 사막 속으로 들어왔다
손짓하는 부드러운 모래 등성이
맨발로 그의 발자국을 느껴본다
시간이 모래물결처럼 흘러내린다
영겁을 오고 간 햇볕에
마침내 비틀대는 이 발자국은
누구의 발자국일까
천이백여 년 전의 혜초일까
지금 이순간의 나일까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서
늘 부서지는 가여운 육신
구름이 몰려와 열기를 식혀주는 밤
-송소영 시집 ‘사랑의 존재’
우리는 때로 일탈을 한다.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한다. 멈추지 않던 시간 속에서 모래알처럼 부서지던 육신과 마음을 위로하며 맨발로 느껴보는 타클라마칸, 부드러운 모래 등성은 천이백여 년 전 혜초가 밟고 간 길이다. 시인은 시간이 모래 물결처럼 흘러내리는 그 속을 무심히 흘려보내지 않는다. 구름이 몰려와 열기를 식혀주는 사막의 밤 속에서 그곳을 걸었을 수많은 발자국을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나, 이지만 먼 옛날 내가 혜초였을지도 모를 일, 고스란히 역사 속의 한 페이지를 넘나든다.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몸과 마음이 생각이 한없이 날개를 다는 자유, 바로 우리가 여행하며 느끼는 진정한 맛이자 묘미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