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으로 지난 5월16일 밤 영국 런던에서 날아든 낭보에 한국문학계가 들썩였고 그 흥분의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46세의 중견 여성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권위 있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자 언론과 문학계에서는 드디어 한국문학이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는 자부심을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상 이후 국내 각 대형서점에서 ‘채식주의자’의 판매가 최고 30배 이상 급증하고 주간베스트셀러 1위에도 올랐다. 또 영국의 서점가에서 소설분야 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모두 25개국에 해외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우리의 작가 한강이 이루어낸 성취는 자못 지대하다. 먼저 언론에 많이 언급되고 있듯이 한국문학이 세계적 유수의 작가와 경쟁하여 당당히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계문학의 본무대에 본격진출이라는 쾌거임과 동시에, 작품성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둘째, 한국의 경제적·문화적 저력이 한국어와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에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한국어학습은 한국문화체험의 첫 관문이요 핵심도구이기에 특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셋째, 침체된 국내 인문학 내지 문학의 부흥에 초석을 놓았다는 점이다. 책판매도 급증하면서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독서를 통한 인문학적 소양의 체험노력이 향상됐다는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큰 성과중 하나다. 넷째, 인간내면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세계의 공감을 받았다는 점이다. 한강의 작품들에 일관되게 흐르는 폭력성에 대한 거부 내지 인간성회복, 나아가 두 세계의 화해라는 묵직한 메시지는 한국 현대문학 특유의 주제이자 외국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제 환희와 흥분을 가라앉히고 우리 문학의 현실을 냉철히 반성하고 발전적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세계문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우리 문학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선결과제가 있다. 첫째, 치열한 작가정신 함양이다. 특히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탐구는 세계의 공통된 화두로서 동서고금을 통한 문학의 최대관심사인 것이다. 둘째, 독특한 주제의식과 문체가 살아있는 작품성유지이다. ‘채식주의자’의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의 말처럼 비록 무명작가나 비주류작가라 하더라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독특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면 외국독자의 관심과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번역시스템의 확립이다.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은 사실 데보라 스미스라는 걸출한 번역가가 있어서 가능했다는 시각이 많다. 국내외 번역가를 적극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 국가적 지원을 통한 번역기관 설립 및 확대, 관련 프로그램개발 등도 시급하다고 하겠다. 넷째, 문학산업의 기반확립이다. 국내출판업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해외출판을 위한 에이전시확보 및 마케팅촉진 등에 대한 일사불란한 연계가 중요하다. 다섯째, 독자층의 저변확대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 있어도 읽어주는 독자가 없다면 공허한 메아리요 사상누각일 뿐이다. 학교, 직장에서는 물론 혼자 있는 여가시간에도 독서를 습관화하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국민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한국문학이 도전을 넘어 세계에 우뚝 서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