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테러방지법’이 시행됐고 이제 누구라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가 돼 신상이 모두 털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한 여성이 회사 컴퓨터를 이용해 ‘압력솥’을 검색했고, 같은 시간에 그녀의 남편은 ‘백팩’을 검색했다. 이 물품은 2013년 보스턴마라톤 테러 사건에서 사용된 것으로, 지역의 정부합동테러대책팀 대원 2명을 포함한 6명의 요원이 그녀의 집으로 출동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인풋과 아웃풋은 확인할 수 있어도 인풋이 어떻게 아웃풋으로 바뀌는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 시스템이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메릴랜드 대학의 법학 교수이자 예일 대학 로스쿨 정보사회프로젝트의 제휴 연구원인 프랭크 파스콸레는 지난 10년 동안 법을 이용해 블랙박스 사회를 더 투명하게 만들 방법을 모색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열정적으로 ‘블랙박스 사회’의 뚜껑을 열고 그 내부와 그로 인한 폐해를 폭넓은 이슈들을 아우르면서 파헤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블랙박스 사회의 내부는 훨씬 더 광범위하며 그 민낯은 추악하고 탐욕적이라고 밝힌다. 비밀스런 알고리즘을 통해 돈과 정보를 통제하고, 검색 결과의 순위를 임의로 정하고(때론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마음을 조작한다.
또한 불법행위를 위한 난독화와 복잡성으로 인한 불투명성에 숨은 금융업계 내부자들은 투자자와 납세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들 몫으로 막대한 수수료와 보너스를 챙긴다.
뿐만 아니라 대출자들은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 수십만 달러의 이자를 더 물어야하지만, 정작 자신의 신용 등급이 어떻게 산정되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것이 어떻게 유통되고 이용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점점 더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영향을 받게 된 것.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돌벽을 향하도록 사슬에 묶여있는 죄수들은 등 뒤의 불빛이 벽면에 비추는 그림자를 본다. 죄수들은 그림자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는 물론이고 행동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이미지만이 그들이 아는 현실의 전부인 것이다. 블랙박스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데만 만족하는 사람들도 이런 죄수들처럼 매혹적인 결과를 바라볼 수는 있어도, 조작이나 착취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은 없다.
블랙박스는 언뜻 경탄스러워 보이지만, 우리의 블랙박스 사회는 위험을 초래할 만큼 불안정하고 불공정하며 비생산적이다. 이 책은 ‘평판 블랙박스’, ‘검색 블랙박스’, ‘금융 블랙박스’, ‘감시자 감시하기’, ‘알기 쉬운 사회를 향하여’ 등의 챕터로 구성, 블랙박스 시스템의 문제를 폭로하고 해결책을 제안한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