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지만 향후 조사 범위와 대상 등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역대 정부의 책임 문제에 대한 여야의 ‘신경전’ 기류가 감지되는 가운데 청문회의 증인 범위 등을 두고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구체적인 조사 범위 및 대상과 관련, 여야 모두 공식적으론 원인규명과 피해자 배상·보상 문제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지만, 어느 정부에 더 책임이 있는지 공방이 벌어질 경우 여야 대립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실제 새누리당은 일찍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책임에 대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왜 2001년 한국에서만 가습기 살균제 판매 허가가 나왔는지, 왜 2003년부터 피해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기조와 맞닿아 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28일 “원인 규명부터 보상 문제와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망라가 될 걸로 본다”면서도 “제대로 된 보상과 대책이 마련되려면,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를 ‘정쟁 특위’로 만들면 안된다고 강조, 피해자 대책과 재발방지 대책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장 죽어가면서 치료비가 필요한 사람이 부지기수 아니냐”면서 “원인규명도 중요하지만 향후 이런 일을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할건가. 배·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런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내 한 관계자는 1994년부터 SK케미칼(당시 유공)이 가습기 살균제를 국내에 시판한 점을 언급, “10년도 더 넘은 정부의 책임으로 몬다면 이건 정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겠나”라면서 ‘책임론 공방’을 경계했다.
증거조사를 위한 증인 채택 과정에서도 험로가 예상된다.
일단 여야 모두 특위 위원들이 선정되고 난 뒤 결정할 문제라고 논의를 ‘유보’하는 모양새지만, 관련 기업·정부관계자 중 소환대상을 정하는 데 있어서 양측 사이 적잖은 시각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여야는 이번주 중 가습기 살균제의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서 제출하고,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국정조사계획서를 의결할 예정이다.
계획서에는 조사의 목적과 조사 사안 및 범위·조사방법·조사에 필요한 기간 및 소요 경비 등 내용이 담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