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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헌법 개정의 조건

 

개헌에서의 문제점은 어떤 형태의 권력구조를 채택할 때, 그 나라의 정치 사회적 특성과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해서 취사선택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의 어느 제도가 좋다더라 하면, 그것을 우리 제도와 비교할 새도 없이 무조건 통째로 들여와서 잡다하게 편집을 해 놓기 때문에 헌법이 헌법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헌법이 후진국으로 갈수록 조문(條文) 전체로는 완벽에 가깝지만 그 헌법이 전체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87년 개헌 때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대통령을 정당이 아닌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하여 5년 단임제로 했음에도 의원내각제에서나 타당한 독일의 정책정당제도를 도입하여 대통령과 정당 간에 마찰을 빚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권창출도 할 수 없는 정당에 정치자금을 대폭 지원하도록 하여 정당이 정권창출이라는 기본사명에 올인할 필요도 없이 도생하도록 만들어 투쟁 아니면 이권개입에 관여하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 그 외에도 국회의 국정조사권 외에 국정감사제도 및 국회의원의 국무총리와 장관겸임제도와 국무위원의 개별적 불신임제도 및 헌법재판소를 독립시키고 헌법소원제도를 두어 법률쟁송의 복잡화를 기한 것 등등은, 독일이 정당제도의 특수성을 보완하기 위해서 채택한 것을 무비판적으로 도입하여 원칙적인 대통령제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둘째, 그 후 국회가 입법적으로 도입한 원내대표제와 고위공직자 지명자에 대한 국회청문회제도, 특별검사제도 등등은 미국의 특수한 연방제도에서 오는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비판적으로 도입하여 헌법이 정한 권력구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도록 손상시키고 말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정당을 자유롭게 창당할 수는 있으나, 국민의 정치적 관점이 냉정하여 새로운 정당을 정치참여조직으로 성장시키기가 대단히 어렵게 되어있다. 따라서 기성 정치인들이 소속정당을 탈당하거나 당적을 옮기는 것은, 정치생명을 걸고 모험을 하는 것과 같을 정도로 어렵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당적을 쉽사리 옮길 수 없음으로써, 정당이 군소다당제로 난립해있어도 안전성이나 독자성이 유지될 수 있어서, 정치현실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정치인들이 소속당적을 자유로이 탈당하고 당적 변경을 해도 국민들이 묵인하는 특수한 정치풍토는 헌법이 어떤 권력구조를 택해도 국회의원들의 자유로운 당적변경으로 인해서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제2공화국의 의원내각제가 정당의 혼란으로 무너진 경험은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백보를 양보해서 국회의원들의 당적이탈 금지를 헌법이나 법률로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좁은 국토에 지연, 혈연, 학연, 등의 인맥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동일정당 내에서의 파벌 등으로 의원내각제나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다 하드라도 대통령지지파와 총리지지파로 분열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안정을 기하기는 매우 어렵게 되어있다.

또한 민주정치는 일정한 임기제를 중심으로 정치지도자의 교체가 이루어짐으로써,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확립되지 못한 국가에서는 국가적인 계속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체계는 정무직인 장·차관들이 모든 공무원을 지휘통솔하기 때문에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국장 이하의 공무원들이 장·차관에게 소신을 주장하기는 매우 어렵게 돼있다. 미국에는 정치적인 공무원과 일반직 공무원을 완전히 분류해서 임명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만 해도 장·차관들이 하위공무원들에게 정치색 있는 지시를 하는 것은 감히 엄두도 못 내게 되어있다. 일본의 내각제가 그런대로 유지되는 것은 그나마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엄격하게 확립됐기 때문이다.

헌법을 꼭 개정해야 한다면 현행헌법에서 잘못된 부분과 빠져있는 부분을 보완하고 입법적으로 도입한 잡다한 부분을 완전히 제거하고 새로 헌법을 제정한다는 자세로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권력구조를 택한다 하더라도, 헌법 개정은 하나의 행사로 그치게 되고, 구태는 그대로 재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헌법제도 때문에 계속적인 시행착오를 겪다가 결국에는 의회의 권한을 대폭적으로 조정함으로써 비로소 안정을 찾은 것도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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