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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

아무리 좋게 봐 주려해도 그럴 수 없다. 우리 민족을 죽이고 능멸하고 역사까지 말살한 침략자의 무력인 군대가 내 나라 수도 서울 중심부에서 기념행사를 벌이는데 정부가 묵인해주고 호텔이 식장을 대여했다. 국방부와 외교부 등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언론에 보도된 사진을 보니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귀신 잡는 해병대’ 현역 대령도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참석했다. 12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일본 자위대 창설 62주년 기념식 이야기다.

이 행사를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졌지만 행사는 예정대로 열렸다. 궁금하다. ‘외교 관례상 거절하기 어렵다. 안보 협력차원이다’라는 이유로 참석한 이 나라 정부나 군 관계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나 국가를 위해 거친 만주벌판, 밀림 속에서 싸우다 전사하거나 체포돼 처형당한, 그리고 추위와 굶주림에 떨다가 죽은 애국투사들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그렇다.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다. 국제 관계와 국익을 위해 용서할 건 용서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가해자가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 아베 일본 총리는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인 지난 1월 피해 당사자가 살아 있는데도 “위안부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고 발뺌했다. 자민당의 사쿠라다 요시타카 중의원 의원은 “위안부는 직업적 매춘부였다”는 망언도 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연설에서 웬일인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범의 후예인 자위대 창립행사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인 중구에 있는 밀레니엄 힐튼서울호텔에서 열린 것이다. 이 호텔 지척에는 백범광장과 안중근의사의 동상이 있는 안중근의사기념관도 있다.

자위대 창립 기념행사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신라호텔에서 열린 자위대 50주년 창설기념행사는 나경원 현 새누리당 의원의 “모르고 참석했다.”는 변명으로 국민들에게 회자됐고 2014년 서울 롯데호텔행사는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하루 전에 대관취소 통보를 했다. 이번 역시 강력한 국민적 반발이 있었음에도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국방교류 협력차원’ ‘국민 정서를 생각해 국장급으로 격을 낮췄다’는 국방부 대변인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진정으로 국민정서를 생각했다면 이런 행사는 불허하고 참석하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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