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
/강금희
내 아명은 모티,
모퉁이를 돌아가는 사투리
말순 막딸 필남 후남 다남 고만이
수많은 모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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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닮은 이름을 붙여주고 내리
아들 넷을 얻으신 어머니
언니 둘 남동생 넷 사이에서
모티는 차가운 전봇대의 등에 띠 둘러 업히기도 하고
밥상 한가운데 놓인 생선을
멀리서 바라만 보기도 했다
한 생애가 울음을 딱 그치고
바닥을 치는 순간
몸을 떠받치던 손길,
모티들은
안다
신의 긴 팔은 가까운 중심을 지나
외곽의 모퉁이를 자주 껴안는다는 것을
- 강금희 시집 ‘잠의 뱐덕’ / 시와 표현
남아선호사상이 낳은 이름들, 말순 막딸 필남 후남 다남 고만이 그리고 모티……. 홀대의 증거인데 다정하고 따뜻하게 들리는 건 왜일까? 아무렇게나 던져준 이름인데도 우리의 언니들은 참으로 씩씩했다. 오히려 그 부모와 형제를 위해 억척스레 살았다. 오빠나 남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일찌감치 공장으로 던져진 어린 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 시기엔 대부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잡초처럼 더 끈질긴 생명력을 키웠다. 넉넉한 품으로 어쩌면 아들보다 더 집안의 기둥역할을 해냈다. 그 힘이 ‘외곽의 모퉁이를 자주 껴안’는 신의 긴 팔 때문이라는 사실에 왈칵 밀려오는 서러움….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