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체파리풀꽃을 위하여
/박순덕
얼룩말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무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떨어져 나와
쉬지 않고 빙빙 돌고 있다
무엇을 보았기에
무엇을 위하여 저렇게 둥글게 원을 그리나
보호해야 할 중요한 무엇이 있기라도 한 듯
동그라미를 겹겹으로 둘러치듯
얼룩말은 일정한 동심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풀꽃벌레 체체파리에 물린 얼룩말이
살내리며 뼈내리며 계속 도는
원 안에는
너무도 싱싱한 연자홍빛 풀꽃이 하늘거리고 있다
꽃이다,
죽도록 너를 맴돌게 하는
- 박순덕 시집 ‘자전거 안장을 누가 뽑아갔나’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헤어짐 또한 그에 못지않게 살을 내리며 뼈를 내리는 일이다. 얼룩말이 떨어져 나왔다. 함께 가야 할 무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빙빙 돌고 있다. 보호해야 할 중요한 무엇이 있기라도 한 듯 동그라미를 일정한 동심원으로 그리고 있다. 무엇을 보았기에 무엇을 위하여 저러나. 겹겹 원 안에는 너무도 싱싱한 연자홍빛 풀꽃이 나풀거리고 있다. 죽도록 떠나가지 못하고 맴돌게 하는 네가 있다. 사랑이 있다. 체체파리는 주로 사하라 사막 남쪽에 분포하며 포유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산다. 한번 물려 적당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른다.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사랑, 그러한 위험이 아름답게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우리 주변에 너무도 쉽게 만났다 헤어지는 일회성 사랑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