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면
/노혜경
하루를 사용한 무릎 관절은 뻣뻣한데 마음은 오히려 부풀어 오르고 영혼은 집 밖으로 나간다.
도시가 이토록 밝지만 않다면 아마 달이 반겨주겠는데, 달도 별도 은폐된 밤.
어딘가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또 어딘가에선 비명과 유혹의 시간이 깊어가는데.
밤새 여는 카페의 소파 구석에 파묻혀 나는 졸다 깨다 밤고양이들의 외출을 반기고,
구석에선 탱고가 낡은 육체들을 수선하는 그런 장소, 환하다.
무거운 영혼이 가벼워진다.
- 노혜경 시집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중에서
멀다. 오랫동안 걸었다. 오래 걸어가야 한다. 빛과 어둠이 섞이고 빛은 어둡고, 어둠이 깊어질수록 도시는 환하고 무릎 관절은 뻣뻣하다. 쉼이 필요하다. 카페의 소파 구석에라도 파묻히고 싶다. 그러나 탱고의 유혹은 얼마나 짜릿한가. 당신을 안고 낡은 육체가 달그락거리면 어떤가. 무거운 영혼이 가벼워질 텐데. 도시의 밤은 범죄의 온상지. 붉은 하이힐이 욕망을 유혹하는 동안 어디선가 비명이 들리고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우리는 무사히 이 밤을 건너갈 수 있을까. 잊고 잊히고 어두우니까 달이 환해야할 텐데 더듬는 손가락들, 살아남았다. 기적이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