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뿔도 녹인다는 대서가 지났지만 연일 폭염이다. 여름은 뜨거워야 제 맛이라지만 푹푹 찌는 날씨는 불쾌지수를 높인다. 이럴 때는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으로 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겠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요즘은 특히 음식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이동인구가 많아지고 따라서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익히지 않은 날 음식은 조심해야 한다.
얼마 전 군산 쪽으로 2박3일 가족여행을 했다. 시댁식구 오남매와 함께한 여행은 왁자하고 분주했다. 여자들은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하느라 바빴고 남자들은 낚시하고 술 먹고 말 그대로 휴가를 즐겼다. 대부분의 식사는 숙소에서 해결했다. 바닷가 근처에 왔으니 한 끼는 해물로 제대로 먹자는 의견에 따라 횟집을 갔다. 1인당 3만원하는 정식코스로 주문했다. 회가 나오기 전 여러 종류의 해물이 사람 숫자에 따라 나왔다. 바다를 옮겨 놓은 듯 했다.
시끌벅적하던 분위기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는데 열중하면서 조용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조개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자 덩달아 너도나도 냄새가 난다고 난리다. 누군가는 긴가 민가 하면서 삼켰다며 불안해했다. 관계자를 불러 조개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자 조개에 코를 들이대고 킁킁대며 어떤 것은 나고 어떤 것은 괜찮다며 변명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냄새를 맡아보라고 들이댔다. 너무 화가 났다. 그러면 이 자리에서 드셔보라고 직원에게 권했더니 손사래를 쳤다.
음식에 문제가 있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인데 어떻게든 자기네는 잘못이 없다는 듯의 태도가 몹시 불쾌했다. 우리 쪽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그제야 죄송하다며 신입 총각이 조개를 잘못 가져다 삶은 것 같다고 조금만 기다리면 다른 것으로 가져오겠노라고 했다. 새로 삶아온 조개는 알도 통통하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조금 전에 우리가 먹었던 조개 맛하고는 완전 달랐다.
이렇게 한바탕하고 나니 음식 맛이 싹 달아났다. 주 메뉴인 회가 나왔는데도 회를 먹는 사람이 없다.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식중독에 걸리면 어떡하나 배탈이 나면 어떡하느냐는 걱정들만 할 뿐 회가 줄어들지 않아 결국엔 포장을 주문했다. 일행이 다른 집으로 가자고 한 것을 우리가 우겨서 그 집으로 갔기 때문에 더 난처하고 미안했다. 결국 회는 숙소로 돌아와 낚시로 잡은 몇 마리 물고기와 함께 매운탕을 끓였다. 비싼 값을 지불하고 제대로 먹자고 시작한 식사가 아쉬움과 불안으로 끝났다.
다음날 귀경 길에 점심식사를 했다. 불고기 백반과 찌개종류를 주로 하는 식당인데 음식이 정갈하고 맛 또한 좋았다. 가격에 비해 만족한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 갔는데 일회용 칫솔이 수북이 놓여 있었다. 외식을 하면 식사 후 양치질이 문제였는데 어찌나 반갑고 고마운지 주인의 섬세한 배려가 좋았다. 다시 들르고 싶은 음식점이다.
조금만 신경 쓰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고객이 만족하면 다시 찾게 되고 결국은 매출로 이어져 주인과 손님이 모두 행복할 수 있다. 무덥고 습도가 높을 때는 철저한 음식물 관리와 청결함으로 식중독에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음식업소도 마찬가지지만 각 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위생관리로 건강하고 즐거운 여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건강, 스스로 지키고 관리하는 습관을 기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