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납품해 온 1차 협력업체 ‘갑을프라스틱’이 얼마전 부도처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천지역 하도급 업체 수백곳이 줄도산 위기에 처하자 집단행동에 나섰다.
10일 갑을플라스틱 채권단 등에 따르면 갑을플라스틱은 지난 6월 30일과 7월 5일자로 IBK기업은행 부천시 도당동 지점으로 돌아온 55억여 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이로 인해 갑을프라스틱에 제품을 납품했던 부천지역 하도급 업체 180여 곳을 포함한 총 280여개의 영세 협력업체들은 지난 2월 이후 외주가공비 262억 원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이에 따라 40여 곳의 하도급업체 채권단은 최근 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지난달 28일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갑을플라스틱 대표 H(60)씨를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대책위는 또 사기 및 강제집행면탈 혐의로도 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H씨는 지난 2014년쯤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갑을프라스틱 소유의 채권 7억원을 담보로 제공했고 갑을프라스틱으로부터 12억여원을 차용한 뒤 또 80억여원을 차용, 개인명의 통장으로 송금을 받았다”면서 “부도 직전 자기 소유 부동산을 부인명의로 증여했으며 갑을프라스틱의 부동산도 부도 이후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H씨는 이 같은 행위로 회사가 부도를 맞게 될 것을 알면서도 협력업체에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해 계속 물건을 납품받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번 고발에 대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수십년간 거래해 온 회사가 수개월간 60일에서 65일짜리 전자어음으로 결제를 해준 다음 석연찮은 부도를 맞았다”며 “하도급 업체들이 연쇄부도 위기에 몰린 것은 물론 가족들의 생계마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또 “H 대표는 그동안 대기업으로부터는 현금으로 받고 하도급 업체에는 어음으로 지급하더니 그마저도 부도를 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에 갑을프라스틱의 주거래 은행인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갑을프라스틱은 전자어음이 아닌 외상매출채권을 지급했던 것으로, 채권 만기일인 지난 6월 30일자부터 막지 못하고 있지만 부도처리라는 판단은 못 한다”면서 “현재 공장 가동 중단과 직원 전원 퇴사 등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갑을프라스틱은 최근까지 휴대폰 케이스를 비롯해 각종 부품을 대기업에 납품해 왔으며 월 평균 70여억 원, 연간 800여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천=김용권기자 y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