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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인사청문회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책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임명이 끝내 강행되었다. 국회는 김 장관의 경우 아파트 특혜 매매-전세, 모친의 부당 의료혜택 등의 문제와 관련하여 부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한 바 있다. 그리고 조 장관에 대해서는 여러 의혹에 대한 소명이 불충분하고 재산에 대한 소명자료가 불성실하게 제출되었다는 이유로 역시 부적격 의견을 송부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에서 전자결재 방식으로 국회의 그같은 의견을 일축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회가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는 워낙 자주 보아왔지만, 이번에는 부적격 의견까지 송부된 상황이라 임명 강행의 의미가 또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국회가 야당의 반대 속에서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곤 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바로 지난달에 있었던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 강행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청장은 23년 전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는데, 그럼에도 경찰 신분을 숨기고 징계조차 받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다른 자리도 아니고 경찰청장이기에 음주운전 사고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였다. 만약 그런 전력을 가진 사람이 경찰청장이 되면 경찰은 음주운전 단속을 어떻게 할 것이며, 경찰조사 받을 때 신분을 속이는 사람을 어떻게 탓할 수 있겠느냐는 탄식들이 이어졌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고 국회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박 대통령은 그대로 임명해 버렸다.

이 청장의 경우처럼 부적격 의견들이 나오고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못해도 그대로 임명되는 일이 이제는 관행처럼 되어 버렸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래 지금까지 줄곧 계속돼 온 일이다. 취임 초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역량 부족,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질, 최문기 미래부 장관 후보자가 농지법 위반, 이경재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정치적 편향성 문제 등의 이유로 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었지만 박 대통령은 그냥 임명해 버렸다. 2013년 12월에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이 불거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삼성 떡값’ 의혹이 불거진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역시 국회 청문경과 보고서 없이 임명됐다. 2014년 4월에는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위장전입 등의 이유로, 같은 해 7월에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거짓말 등 논란에 휩싸여 인사청문경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됐다.

물론 이러한 임명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국회가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장관 임명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이고, 대통령은 자신의 뜻에 따라 임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임명에 대해 아무런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고 해서 그 과정의 의미가 이렇게까지 무시돼 버린다면 도대체 그런 청문회는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국회의 검증을 받고 그 의견을 듣자고 만든 것이 인사청문회가 아니던가. 그런데 청문회 과정에서 임명에 부적합한 명백한 문제들이 드러났는데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임명해 버리는 일이 당연시된다면 인사청문회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심지어 김재수 장관은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동문회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들을 “청문 과정에서 나온 온갖 모함·음해·정치적 공격”이라며, 자신을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했다고 한다. 임명권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시하니까 이제는 아예 임명을 받는 사람까지도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욕보인다. 이럴 것이면 인사청문회를 도대체 왜 하는 건가. 인사청문회라는 제도가 도입되어 운영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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