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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내게 보낸 편지가 돌아왔다. 강원도 여행지에서 엽서쓰기 행사를 하는데 편지를 쓰면 1년 후 받는 이에게 배달된다는 말에 나에게 편지를 썼다. 그날 이후 잊고 살았는데 우편함에 꽂힌 엽서를 발견했다.

내가 나를 격려하는 글이다. 아마 그때는 많이 힘들었나보다. 엽서 내용을 보면 ‘산다는 것이 거친 파도와 같거늘 오늘을 견딘다는 건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 1년 후는 지금과 뭐가 다를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이 만큼이구나’ 하는 내용의 글이다.

엽서를 읽는 순간 먹먹함이 밀려왔다. 돌이켜보면 2015년은 많은 일이 있었다. 딸아이 취업과 함께 직장 근처로 분가를 시켰고 몇 년째 손해를 보면서도 붙들고 있던 사업장을 하나로 합치면서 많은 혼란과 고통 그리고 힘겨움이 있었으며 큰 아이 혼사도 치렀다.

사는 동안 흔치 않은 큰일들을 한 해에 다 겪어내면서 힘겨웠나 보다. 시간에 묻혀 잊고 살았던 순간들이 생생하다. 백운산 정상에서 하루하루 살아낼 힘을 달라는 기원을 하며 꾹꾹 눌러쓴 마음이 애잔하다. 엽서를 보면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살아냈다고 격려해주고 위로해주고 싶다.

지금은 손 편지보다는 전자우편을 이용하거나 문자 혹은 카톡을 주고받으면서 생활의 편리함과 간편함은 있지만 손 편지가 주는 감동이나 여운은 없다. 학창 시절 담임선생님이나 존경하는 선생님께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곤 했다.

그중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편지는 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의 편지였다. 선생님의 편지를 받고 설레기도 하고 눈물도 났다. 편지를 읽고 또 읽고 보물처럼 간직했다. 키가 작다고 글짓기가 남만 못하다고 서운하게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맨 앞줄에 선 네가, 작은 키에 큰 가방을 메고 다니는 네가, 육성회비를 제 때 못 내서 집으로 쫓겨 가던 네가 딱하고 안쓰럽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훗날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거라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읽어보면 눈시울이 젖어들곤 한다. 아버지처럼 거뭇한 얼굴에 무뚝뚝하고 어눌한 말투의 호랑이 선생님이었고 성적이 떨어지면 시험에 틀린 개수만큼 엉덩이를 맞아야했지만 인자하고 따뜻한 선생님이셨다.

등굣길에 들꽃 한 아름 꺾어 교탁에 꽂아놓고 밤나무 밑에서 주운 알밤 몇 개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며 아꼈다가 슬그머니 선생님 책상에 몰래 올려놓고는 얼굴이 빨개져 돌아서곤 했다.

선생님을 보면서 교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꿈꿨다. 비록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주문이 내 삶의 주춧돌이고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이처럼 힘이 되는 말 한 마디가, 격려가 삶에 큰 힘이 된다. 지금 내가 1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작년에 워낙 큰일들을 치렀기에 당장에 닥친 큰일은 없다지만 매일매일 그만큼에 숙제는 늘 있다.

감당하기 힘든 큰일이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큰마음으로 대처하지만 일상에서는 작은 일에서 감정을 앞세우고 자존심을 세워 상대를 힘들게 한다. 머리와 가슴이 엇나가는 일이 많고 양보하지 않으려들기에 생활의 잡음들이 끊이질 않는다.

1년 후에 내게 돌아올 편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일상을 글로 남겨도 좋을 일이다. 세월과 함께 변화하는 나를 느끼고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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