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매장문화의 주류를 이루는 ‘묘’를 쓰게 된 것은 16세기 성리학의 영향을 받은 이후다. 이 같은 사실을 놓고 보면 매장제도가 확산된 것은 그리 오래된 풍습은 아니다. 지금의 우리 장례 문화는 불교의 화장(火葬)과 유교의 매장(埋葬)이 혼합돼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도 우리와 비슷하다. 다만 장례문화는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수목장의 행태로 자리를 잡아간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 최초로 수목장을 시작한 스위스는 숲속나무 아래 분골함 없이 묻는다. 독일에선 추모목을 구입해 묻고 사망일이 적힌 알루미늄 표지를 붙이고, 영국에서는 장미 아래에 분골을 묻고 작은 동판을 꽂는 정원방식을 선호한다.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
장례문화가 망자의 마지막 이승 삶을 정리하는 절차여서 그런지 몇 년 전 미국에선 이벤트성 장례 서비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우주비행사나 우주기술 개발에 평생을 바친 사람, 또는 평소에 별이 되기를 꿈꾸었던 낭만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주장(宇宙葬)’을 치룬다는 게 그것이다. 이 장례는 화장한 뼛가루를 캡슐에 담아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리는 서비스인데 실제 지난 2012년 우주비행사 고든 쿠퍼 등 308명의 장례가 우주장으로 치러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에선 이밖에 폭죽에 화약 대신 고인의 유골 가루를 담아 불꽃놀이처럼 상공에서 터뜨리는 ‘폭죽장(葬)’과 열기구가 일정한 높이의 상공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상자가 열리고 유골 가루가 뿌려지는 ‘열기구장(葬)’도 인기라고 한다.
비록 이와는 다르지만 우리나라 역시 다양한 장례문화가 확산중이다. 엊그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화장률은 처음 80%를 넘어 1993년 19.1%의 4배가량이었다. 화장 후 약 73.5%가 유골분(粉)을 납골당 및 봉안당에 안치하는 봉안을, 약 16%가 나무 아래에 묻는 수목장, 해양에 뿌리는 해양장 등 자연 친화적인 장례 방식들이 사용됐다고 한다. 죽음을 외면하고 기피하던 유교적 생사관이 바뀌고, 품위 있고 검소한 의식으로 변한 장례문화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