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남의 한 유명 종합병원의 검체 샘플 불법 판매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검체(檢體)’는 시험, 검사, 분석 등에 쓰는 재료나 생물 등을 일컫는 말로 환자들로부터 채취된 혈액이나 체액 등 검체 샘플은 환자의 동의 없이는 타인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돼있다. 그런데 이를 수 년 간 불법으로 판매해왔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특히 이 병원은 개원한 지도 20년이 넘는데다 854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 연구중심 병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더욱이 의사만 485명이 근무하고 있는 연구거점 의료기관이다.
특히 이 병원의 진단검사의학과 일부 직원들은 3년 전부터 에이즈 등 질병 감염 환자들의 생화학검사 검체 샘플까지도 따로 분류해 판매했다는 것이다. 이 검체 샘플에는 환자들의 나이, 이름, 등록번호, 검사명, 검체결과까지 상세히 붙여져 있어 연구용으로 판매해 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개인정보 유출 등 제2차적 문제까지로 번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검체 불법판매가 문제가 된 이후인 지난 13일 이 병원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관련자 3명을 파면 조치한 것을 보면 이같은 비위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검체판매 문제에 대해 보건당국의 관리감독 부재와 불법 행위의 만연 우려가 높은 게 사실이다. 보건당국에서는 혈액 등 검체 샘플의 불법 거래는 의료법으로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사실상 뒷짐을 진 태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의료기관에서 하는 모든 행위가 의료법 상에 담겨 있지는 않다. 병원에서 환자의 검체 샘플을 동의 없이 판매했다면 타 법에 저촉될 수는 있겠지만 의료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다”고 밝힌 것에서 보건당국과 지자체, 관할 보건소 등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보건의료 분야 연구가 활발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검체의 체계적인 이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환자의 혈액·소변·뇌 척수액·기타 체액 등의 검체를 이용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기서도 검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담당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검체를 채취토록 돼있다. 잔여 검체에 대한 연구도 진행돼 검체은행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보건당국은 검체불법판매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검체의 체계적인 관리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불법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더욱 시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