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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야기]기다림의 미학

 

수년 전에 캄보디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공항에서 줄을 서서 입국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제복을 입은 한 근무자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1달러” “1달러”. 그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던 우리 일행은 1달러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는 우리 일행의 팔을 잡아끌어서는 기다리고 있는 줄 맨 앞쪽에 넣어주는 것이었다. 그 절차가 끝나고 다음 수속을 밟기 위하여 다시 줄을 서자, 그가 또 나타났다. “1달러”

인도에 갔을 때의 일이다. 배를 타기 위하여 줄을 서고 있던 중이었다. 뒤를 돌아서 일행과 이야기하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니, 못 보던 사람이 내 앞에 줄을 서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씩 웃어버린다. 그리고는 잠시 후 저만큼 앞 줄의 다른 사람 앞에 또 다시 가 서더니, 이내 또 다시 몇 줄을 건너서 줄을 섰다.

위 에피소드 상황에 대하여,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를 상기해 보면, 우리는 줄서기에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았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오면 사람들은 구름처럼 버스로 몰려가기 일상이었고, 관공서에서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보기 일쑤였다.

기다리는 순서를 건너뛰려고 하니, 부탁과 청탁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뇌물을 주는 경우가 생겨났다. 그 순서를 관장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권력이 되었고, 권력의 배분은 뇌물의 다과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으나, 과거에는 공무서에서 접수나 수속을 밟는 공무원에게 건네지는 촌지가 흔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비단 공무뿐만이 아니었다. 병원입원수속 절차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 시행되기 시작한 청탁금지법에 의하면 이러한 사소한 부탁조차도 법의 저촉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탁은 부정한 청탁으로 해석되어야 할지도 모를 현실에 이르렀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조급증이 이 법을 만들게 된 또 다른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법의 시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더 안정되고 풍요로운 사회로 가기 위해서도, 기다림의 시간에 보다 너그러워져야 하지 않을까.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줄서기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화를 내거나 불평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인과 유태인의 질서문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의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우리나라 사람의 글에서, 미국에 도착한 직후부터 익숙해져야 할 것이 있다고 안내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바로 줄서기다. 미국에서 보행자에 대한 대다수 운전자들의 배려를 보면서 놀란 일이 있었다. 이제 그러한 너그러움과 여유를 우리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한 걸음 늦춰가도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달아나지 않는다. 기다림의 미학, 그것은 결국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배우로서가 아니라 실제 인생도 아름답게 살았던 오드리 헵번의 말을 끝으로 인용해 본다. “다른 사람이 먼저고 나는 그 다음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내가 자라면서 배운 윤리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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