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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무기력한 국감의 책임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이제 종반에 접어들었다. 이번 국감은 여소야대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 실시되는 국감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특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등 정권 주변의 의혹들, 그리고 백남기 농민 사망 등의 계속 터져나오는 가운데 진행된 국감이기에 이들 사안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았다.

그러나 올해 국감이 끝나가는 지금, 그 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야당들은 의혹들을 파헤치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벌이기는 했지만 결국 여당이 세워놓은 벽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야당이 요구하는 핵심 증인들의 채택은 새누리당의 반대 속에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최순실-차은택 씨, ‘KBS·MBC 녹취록’ 사건의 당사자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길환영 전 KBS 사장,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 등의 증인 채택이 모두 무산되었다. 그리고 청와대 국감 때 우병우 민정수석은 출석하지 않을 것임을 청와대는 분명히 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다 보니 각종 의혹의 핵심 인물들을 국회가 증인으로 부르지도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이 내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새누리당은 가히 철벽 수비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당이 새로 개발한 무기가 안건조정절차 신청이었다. 일단 안건조정절차가 제출되면 상임위는 증인채택 안건에 대해 90일간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증인 채택은 불가능하게 된다. 소수 여당인 새누리당은 다수 야당들의 증인 채택 의결을 이 방법으로 막아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여소야대가 되기는 했지만. 야당들은 증인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종이 호랑이가 되어버린 셈이다.

물론 과거 국회에서도 야당은 권력 주변의 인물들을 증인으로 불러 의혹을 추궁하려 하고, 반대로 여당은 이를 최대한 막으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보여준 새누리당의 태도는 이전의 여당에 비해 훨씬 심해진 것이었다. 새누리당은 특히 청와대를 난처하게 할 수 있는 증인들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없이 무조건적으로 막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에는 증인 채택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가 있으면 서로 절충을 해서 부를 사람은 부르고, 뺄 사람은 빼는 타협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여당은 시종일관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여당은 야당이 국감을 정치공세의 장으로 만드느라 무리한 증인 채택을 요구한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를 지켜주는데 올인하는 태도는 같은 당의 비박계 의원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정권 주변의 각종 의혹들이 무엇 하나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 채 정국의 혼돈은 계속되고 있다.

국감이 이렇게 길을 잃다 보니, 그마나 출석한 증인들도 의원들의 추궁에 물러서지 않고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고, 고대영 KBS 사장은 답변하려는 간부에게 “답변하지마”라고 지시하며 국회를 모욕하는 태도를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모두 국회가 자초한 국회 추락의 광경이다.

국감은 정부를 맹목적으로 방어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행정부가 하는 일을 제대로 감독하고 필요한 것은 바로잡으라고, 그러니까 견제를 하라고 국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은 청와대 지켜주기를 국감의 본분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만 보였다. 무기력한 국감을 자초하며 국회의 역할을 떨어뜨린데 대한 책임은 여러 한계를 드러낸 야당에게도 있지만, 국회의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는 여당에게 그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여당은 청와대만 바라보느라 국민 바라보는 것을 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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