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 기록과 통계에서 승부조작의 단서를 찾는 연구를 소개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한국체대는 대한체육회, 한국체육측정평가학회와 함께 20∼21일 한국체대에서 ‘승부조작 탐지를 위한 통계적 접근’ 학술대회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승부조작은 개인 간에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져 잘 드러나지 않지만, 경기 데이터에는 흔적이 남을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 접근이다.
발표자로 나서는 한국체대 최창환 박사는 ‘10진법을 쓰는 데이터의 첫 자리 숫자는 1인 경우가 많다’는 벤포드 법칙을 이용해 승부조작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배드민턴에서 1점을 따기 위해 발생하는 랠리, 태권도 한 경기에서 두 선수의 발차기 횟수, 야구에서 투수가 매 경기 기록한 볼넷·삼진 개수 등은 첫 자리에 1, 2 등 낮은 숫자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배드민턴 종목에서 국제대회 685경기를 분석한 결과 선수들의 랠리 횟수는 벤포드 법칙을 따르는데, 승부 조작이 의심되는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최 박사의 설명이다.
최 박사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당시 여자복식 세계랭킹 1위인 왕샤올리-위양(중국) 조가 유리한 준결승 대진을 위해 조별리그에서 정경은-김하나(한국) 조에게 고의로 졌던 경기기록 역시 벤포드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최 박사는 “지금은 경찰의 금전 거래 내역 조사가 있어야 승부조작을 확인 가능하다”면서 “벤포드 법칙을 활용하면 일차적으로 승부조작 의심 사례를 걸러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또 유럽축구연맹(UEFA), 국제테니스연맹(ITF) 등과 협업하며 승부조작 탐지시스템을 제공하는 다국적 기업 스포츠레이더가 자신들의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 스포츠 승부조작 전문 변호사인 영국인 캐빈 카펜터가 ‘승부조작 위험성 경고 및 예방’을 주제로 기조 강연하고, 박재현 한국체대 교수는 승부조작의 유형과 원인에 대해 발표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