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전국 곳곳에서 참으로 많은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그래서 10월은 축제의 달이라고 불린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한국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인 수원화성문화제로부터 농촌의 소박한 여러 축제에 이르기까지 흥겨운 축제가 이어진다. 일부에서는 축제가 쓸데없는 예산 낭비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이번 수원화성문화제를 보면 그렇지 않다.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인근 상점들은 호황을 누렸다. 특히 수원구간에서 정조대왕 능행차가 벌어진 9일 퍼레이드 구간과 야조가 열린 연무대 인근은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인근 상점과 음식점 등은 물건과 음식이 동나 일찍 문을 닫기도 했다.
축제는 이처럼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일상의 고단한 삶에 지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위로와 삶의 의욕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공동체를 더 굳건하게 해주고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이것이 축제의 효과다. 단순한 돈 낭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남들이 하니까 마지못해 따라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축제도 있다. 지역적인 특징도 없고 문화적 배경도 없는 그저 그런 축제들은 주민들의 외면을 받는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과 먹거리를 찾아올 할 일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축제는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축제는 관이 주도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서도 내실 있는 축제도 있다. 비록 화려하거나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대형 축제는 아니다.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9일간 수원시 전역에서 펼쳐지는 ‘마을꽃이 피다! 제5회 수원마을축제’가 그렇다. 수원마을축제는 관주도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창의력을 기반으로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축제다. 수원시가 가진 다양한 자원들과 함께 각 마을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과 화합 한마당이 있는 도시형 마을축제다.
주요 프로그램은 마을공동체가 중심이 된 18개 마을별 축제와 주제별 컨퍼런스, 마을 만들기 우수사례지 탐방 등이다. 14~15일 전국마을활동가 100여명이 모인 열린 광장도 관심을 끌었다. 18개 마을별 축제는 마을단위 축제 평가를 실시, 마을의 특성을 최대한 살렸다. 이를테면 솟대예식, 전통혼례식, 국화축제, 커피축제 등이 그것이다. 다양한 부대행사와 주민 참여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수원시의 문화와 시민역량이 이번 축제에 녹아있다. 이 축제가 더 발전해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