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물 관련 갈등은 국가 간, 지역 간, 상·하류 사이에 점점 첨예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인천광역시에 위치한 승기천 관리권을 두고 기초단체인 남동구와 연수구가 서로 관리주체임을 주장하며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승기천은 남동구와 연수구의 경계를 형성하면서 흐르는 유역면적 33.58㎢, 유로연장 10.33㎞의 지방하천이다. 유역의 상류부는 남구 주안동에 위치하고 중·하류부는 우안인 연수구측으로 택지가 조성되어 인구 밀집지를 이루고 있으며, 좌안인 남동구 측으로는 남동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하상경사는 매우 완만하고, 하천폭은 45~110m로 하류부로 갈수록 매우 넓게 형성되어 있다. 구월농산물 도매시장을 기점으로 하천의 상류부는 복개되어 하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이며 하류부는 남동유수지로 유입되어 바다와 차단되어 종점을 맞기 때문에 감조하천의 특성인 해수의 유입이 거의없어 자정작용에 의한 오염물질의 희석효과가 거의 없었다.
‘도심지에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으로 하천의 복원목표인 테마를 설정하고 오랜 설계기간과 공사기간을 거쳐 2009년 승기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이 준공되었다. 승기천은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협의를 위해 설계와 시공기간이 유독 오래 걸렸다. 특히, 유지용수 공급방안이 승기천 2단계 실시설계사업의 최대 쟁점이었다. 2005년 인천경실련이 뽑은 2005년 인천을 달군 10대 뉴스 1위로 ‘승기천 유지용수 확보결정·자연형하천 본격 추진’이 뽑혔다. 인천의 대표 하천이다보니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과 비례하여 갈등도 그만큼 컸다.
자연형하천으로 조성된 이후 물 흐름이 개선되면서 수질이 좋아지고 악취 문제도 개선되었다. 물이 흐르자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총 8목 12과 13종 719개체, 육상곤충 총 10목 51과 100종, 어류 총 4과 5종 169개체, 양서 파충류 2종, 조류 총 20과 36종이 관찰되었다. 사라졌던 생명체들이 돌아온 것이다.
이러한 기쁨도 잠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인천시 재정위기와 하천살리기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의지표명이 없는 상황에서 하천유지관리비 확보의 어려움과 하천모니터링 사업 폐기, 유지용수 부족 등의 문제가 맞물리면서 승기천의 모습은 복원전으로 퇴보하기 시작했다. 현재 승기천은 화학적 산소요구량(COD)과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크게 급증해 전구간 대부분의 수질이 ‘매우 나쁨’수준이다.
오염된 하천을 살리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마는 승기천 관리권을 서로 자기것이라 주장하는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만은 않아서 밉상이다. 연수구는 이미 지난 2005년 안상수 시장이 연수구 방문당시 일부 구의원과 주민들이 구간 경계조정을 건의했으며, 2006년 1월 구의회 임시회와 연수구행정사무감사에서도 승기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구 경계 조정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007년에도 승기천 건너편의 남동산단 측 제방까지를 연수구 구역으로 승기천의 구간 경계를 조정해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현재 남동구와 연수구가 송도매립지 10·11공구 관할권을 놓고 대법원에서 소송이 진행중인 가운데 승기천의 ‘관리권 분쟁’을 벌이는 이유는 송도매립지 땅따먹기 싸움에서 서로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하천법 제8조를 보면 하천관리청은 국가하천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방하천은 그 관할 구역의 시·도지사가 관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관리주체는 인천시장으로 법에 명문화 되어있다.
지난 2010년 인천시와 남동·연수구가 만나 승기천 관리방안을 협의한대로 시설물관리와 무단투기 단속 등은 남동구가, 생태하천관리에 필요한 유해식물 청결 관리는 연수구가 맡은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지방재정의 부족으로 인해 재원이 투입안된일이 관리권을 가져간다고 해결되겠는가? 기초단체의 정치적 싸움에 승기천과 인천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