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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시간에 문자 알림 신호음이 울리면 긴장하게 된다. 친구나 친지 등 부모님들의 연세가 대부분 팔십을 넘다보니 부고를 알리는 문자가 많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가 유독 많다.

또 새벽 시간에 문자가 온다. 불길한 마음에 확인해보니 친척 어르신의 영면소식이다. 서둘러 장례식장으로 간다. 조문객 받을 준비로 분주하다. 근엄한 표정의 영정사진이 안치되고 꽃으로 주변을 장식한다. 부모를 잃어 슬퍼할 시간보다는 의식을 준비하는 일로 정신이 없다.

급변하는 세태만큼이나 장례문화도 바뀌었다.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게 되고 상주들도 그리 슬퍼하지는 않는다. 세상이 각박해서인지 아니면 명을 다하였으니 다른 세상에서 편히 쉬라는 의미에서인지 우는 사람을 보기가 드물다. 울기는커녕 민망할 정도로 웃고 떠드는 것을 보면 호상이라지만 그래도 부모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일인데 싶어 보기 불편할 때도 간혹 있다.

장례 절차나 풍습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 어릴 때는 굴건제복을 하고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문상객이 올 때마다 곡을 하며 슬퍼했다. 곡을 충분히 해야 망자의 북망산천 가는 길이 수월하다고 하여 아녀자의 목소리가 담 너머 먼 곳까지 들리도록 목 놓아 울었다. 어떤 이들은 고된 시집살이에 제 설움에 겨워 저리 슬피 우는 거라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상주는 물론 마을 사람들도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지역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상여가 나가지 전까지 머리를 감지 못하게 했고 빨래도 밖에 널지 못하게 하는 등 초상을 치르는 내내 상갓집에서 일손을 거들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슬픔을 함께 나눴다. 마을 사람들이 상여를 멨고 전문요령꾼을 불렀으며 만장기를 들고 망자의 길을 밝혔다.

상을 치르고도 부모를 보낸 불효에 큰 죄인이 되어 길게는 삼년을 지나야 상주에서 벗어난다. 그동안은 행동거지는 물론 음식이며 옷 그리고 음주와 가무를 절제하는 등 매사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랬다. 집에서 오일장을 치렀고 빠듯한 살림에도 소를 잡는 등 음식과 술이 넘쳐났고 오일 내내 조문객이 끊이질 않았다. 그 후 마루에는 상청이 차려졌고 초하루, 보름 한 달에 두 번씩 산소를 돌보고 성묘를 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요즘은 발인 날 탈상을 하거나 삼우제때 탈상하는 경우가 많다. 매장보다는 화장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불과 십여 년 전 만해도 화장보다는 매장을 했고 화장은 왠지 불효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장례식장 전광판을 보면 열에 일곱 여덟은 장지가 화장터이고 납골당이다.

팔십의 노모가 계신 나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걱정이다. 선산에 가묘를 해놨으니 매장을 하겠지만 산역할 사람도 없고 산이 험하다보니 운구도 문제다. 고향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 해주시던 분들도 돌아가셨거나 연로하여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안 어른의 조문을 하면서 이런저런 걱정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노래한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하늘로 돌아가는 일이 아름다움인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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