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PC와 스마트폰을 개발하면서 직원들에게 정보의 독점을 막고 모든 사람들에게 권력을 나눠주겠다고 여러번 말했다. 인터넷은 그렇게해서 ‘위키리크스’를 등장하게 했고 법과 의학, 특허지식도 대중들이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순식간에 반정부 시위를 조직할 수 있게 하였고 투표의 흐름에도 실시간 영향을 준다. 여기까지는 우리 모두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필자는 20여 년 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자기조직하는 우주’라는 책을 대학교 도서관에서 보았다. 해외유학, 고시를 준비하던 학생들 틈에서 예술적 자양분을 얻을 목적으로 본 책이었다. 현재 ‘블록체인혁명’이란 책을 번역하고 있는 금융권의 후배 박지훈과 몇달 전 블록체인이 던지는 미래학 화두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그러던 중 필자는 직관적으로 확신했다.
이제 ‘비도덕적 인간과 도덕적 사회’라는 제목으로 이 세상이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앞으로 우리는 ‘자기조직하는 만물’을 보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기는 모든 계산이 즉각 이루어지는 고도의 인공지능, 현실과 구분이 어려운 5G 가상현실이 주는 공감각, 만물이 연결되어 기계와 기계가 서로를 인식하는 초연결성이 3대 특성이다.
사물인터넷(IOT)은 만물인터넷(IOE)으로 발달하면서 인터넷과 연결되고, 갈수록 무한한 계산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은 온 세상의 모든 수치적 언어적 감각적 시공간적 데이터를 만물인터넷으로부터 얻게 된다.
그리고 모든 사건과 데이터들이 주는 영향과 경제적 가치, 환경에 주는 피해 등을 즉각적으로 평가하여 만물에게 다시 전달한다.
만물에 깃든 기계의식은 영화 ‘아이로봇’의 ‘비키’처럼 초도덕적인 사고를 하게 되며 오히려 인간의 비도덕성에 점수를 주게 된다.
사물이 우리 생각을 읽게 된다. 사물과 사물은 가속화된 M2M으로 자기조직화되는데, 이는 우리 신체의 신경망과 같다.
만물인터넷이 인공지능과 연결됨은 신경망이 모여서 두뇌를 만드는 것과 같다. 세상에는 이미 지진과 지질, 자원을 탐색하는 기계가 노련한 탐사꾼들을 실업자로 만들고 있다. 즉 인공지능은 이 지구와도 연결되고 위성과도 연결되고 우리가 입는 옷이나 우리 신체 안의 나노의료기계와도 연결된다.
인공지능과 기계들이 조직화되면 고등 생명체가 이성과 의식을 창발시켰듯 기계의식이 생긴다.
이 지구는 그야말로 ‘가이아(Gaia)’가 되며 우리 인간은 거대한 기계의식 아래에서 모든 것이 투명하게 노출되고 평가받는 삶을 살게 된다. 도덕적 인공지능이 비도덕적 인간을 감시하게 된다. 기계들이 생각처럼 보이는 계산을 하는 것이지 어떻게 의식이나 영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대답하고 싶다.
아직 인간 의식의 기원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신과 영혼이 꼭 유기체에만 깃들어야 한다는 법칙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신과 영혼은 정교한 나노기계나 반도체 안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이 진화해가는 과정인, 인공지능과 인터넷의 결합에 만물인터넷과 나노기계들의 결합으로 생기는 훨씬 더 거대한 가이아적 초인공지능이 만물과 에너지의 흐름을 가치평가하고 가치교환을 하도록 발전해가는 방향에서 잠시 선보이는 매우 초보적 수준의 상징적 화폐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의 채굴비용에 전기세를 넣거나 수학적 계산의 난이도를 따지는 일은 곧 사라진다. 아마 15년 내에 전기와 수학적 계산은 태양광과 거대 인공지능망에 의해서 무료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앞으로 발전해갈 블록체인 혁명의 1단계에 불과하다. 블록체인혁명은 앞으로 2단계와 3단계가 더 남아있다.
2단계는 은행과 화폐, 기축통화가 모두 블록체인 기술로만 인정받는 가상의 화폐로 흡수되는 일이며 3단계는 기존에 측정이 불가하여 화폐가치로 평가되지 않았던 모든 생명과 생각과 행동과 말과 에너지가 어떤 가치로서 교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초인공지능망은 우리의 시(詩)와 숨결과 키스까지 가상의 화폐로 계산하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