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희다
/김성춘
나는 흰색을 좋아한다
달의 얼굴도 희고 그녀 이빨도 희고
내 차는 흰색 소나타
나는
호텔의 깨끗한 흰 시트도 좋아하고
배꽃 핀 흰 달밤도 사랑한다
흰색은 여백이고?
고독이고
맛으로 치면 석간수다
흰색은
흔들리지 않는다
슬픔이 깊어도 울지 않는다
내가 잘 마시는 우유도
그대 4월의 저 목련 꽃 향기도.
- 젊은 작곡가 하종태의 명상록에서
우리 민족에게 있어 흰색은 ‘태양의 광명을 표시하는 의미로 흰빛을 신성하게 여기고 흰옷을 자랑삼아 입다가 나중에는 온 민족의 풍습이 되었다’고 하며, 일제 강점기에는 항일의 상징으로 흰옷을 입었다고도 한다. 이처럼 흰색은 우리 민족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색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흰색은 삶에 있어서 우리가 지녀야 할 여백, 여유, 넉넉함을 가진 색으로 불리고 있다. 어떤 시련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으면서 말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