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정장학재단을 설립한 이종환 회장을 최근 뵐 기회가 있었다. 이 회장은 빌딩·호텔·골프장 등의 대부분 자신 재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하여 1조원 규모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300~400명의 학생들에게 매년 200억 원 이상의 국내·국외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던 본인의 젊은 시절을 생각하여 유망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나라의 동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하신다. 노블리스 오브리제 실천의 산 증인인 것이다. 큰 나눔을 실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점심식사는 검소하기 그지없고, 지방의 사업장 갈 때도 이코노미 항공편만 이용한다. 현재 93세 인데도 사업에 대한 감각과 열정이 대단하고 운동·재즈피아노 연주·영어 공부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하신다. 이 회장이야말로 열심히 일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우리시대 어른의 표상으로 생각되어진다.
보통 50~60세에 은퇴하여 일을 포기하고 소일하는 삶에 안주하려는 베이비붐 세대 및 그 이전 세대에 이 회장의 삶은 경종을 울리는 것 아닌가 한다. 큰 부를 이루기 어렵고, 큰 돈을 나누기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열심히 일하고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자세는 본받을 수 있다고 본다. 직업과 일을 찾아 경제활동에 나서고, 활기 있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작은 나눔이라도 실천하는 일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자신감으로 일을 찾고, 사업과 투자활동을 하면서 활기차게 산다면, 본인의 건강수명도 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소비가 늘고 의료 및 복지비용도 절약될 수 있어 국민경제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자녀들의 교육, 결혼 등에 대한 비용부담으로 기왕의 지출이 크고, 그나마 모은 돈도 저금리로 인해 수익이 나지 않아 대부분 베이비붐 또는 그 이전 노년 세대의 노후자금이 넉넉치 않은 상황이다. 연금과 가진 자산에만 수동적으로 의지하지 말고 일과 투자 활동에 나서서 크지 않은 수입이라도 올려야 한다. 노년세대가 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국내에서도 적극 찾아보고, 시야를 넓혀 해외시장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으면서도 일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 하다.
일을 통해 생긴 경제적 여유를 자금 부담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와 나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리나라 발전도상 과정의 어려움을 직접 겪으면서, 개척해 왔다는 자부심을 가진 베이비붐 또는 그 이전 세대가 새롭게 경제활동에 진입하고 나눔 실천에 앞장 섬으로서 국가 잠재력을 키우고, 세대 간 갈등을 줄이는 또 하나의 공적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노후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속에 갇혀 있지만 말고 시장과 일자리 현장으로 뛰어드는 것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바람직한 자세로 생각된다.
정부에서도 베이비 붐 또는 그 이전 노년 세대가 다시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성인재교육시스템 마련·취업정보 제공·취업대책 강화 등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고, 필요하다면 예산 및 세제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