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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김영란법과 갑질

 

 

 

2016년 9월28일 공직자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2012년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하여 2015년 3월27일 제정된 것으로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시민이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던 접대, 홍보성 선물 등이 사라지고 있다. 관공서나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평소 불편해하던 청탁, 부탁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긍정적 측면도 존재하고 업무추진비나 홍보비의 지출이 금지되거나 지출방식이 크게 변하여 당분간 업무수행에 불편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강연 등을 빌미로 한 과도한 강연료, 원고료 등의 지출이 줄고 대상 범위도 대폭 축소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공공부문의 대변혁은 공정한 사회, 투명한 사회로 발전하는 좋은 기회라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제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가 정착될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소통과 인적 네트워킹, 즉, 인간관계의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접대와 선물 등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 혹은 문화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수직적 조직관계와 인간관계가 원인일 수도 있다. 전통적인 수직적 조직 및 인간관계에서 상호 소통하고 네트워킹을 유지하는 방안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 및 네트워킹 방식이 불공정과 부정의 출발이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김영란법의 출현은 우리의 소통과 네트워킹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소통과 네트워킹이 필요하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조직 및 인간관계에서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로의 이행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식사자리를 마련하고 선물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공정하고 정당한 의사결정이나 과정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접대와 선물로 대변되는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는 우리나라 업무관계에서 전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갑질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직적 상하관계는 거의 모든 부문의 조직과 인간관계에서 공통된 현상이다. 중앙집권의 현상인 국가-지방 관계, 관존민비의 유산인 공공-민간관계, 하청관계로 대변되는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학점과 학위 그리고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스승-제자 관계, 자녀교육으로 인한 학교-학부형 관계, 그리고 봉건적 상명하복의 문화와 같이 우리사회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갑을관계가 갑질의 원천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갑질문화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의 관행을 견고하게 쌓아왔던 것이다. 여기에 전관예우, 지연, 학연 등은 갑과 을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사결정이나 정책결정이 비민주적이고, 권력과 권한이 최상위 계층에 집중되어 있다면 갑질은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다.

정부에서 수행하는 각종 감사, 조사, 심사, 평가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과정일지라도 갑을 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누가 갑인지 누가 을인지를 확인시켜주는 프로세스로 간주될 수 있다. 갑과 을의 구분이 명확하면 할수록 갑질은 일반화될 수밖에 없다. 갑과 을이 명확한 구조에서 을이 할 수 있는 일은 갑에게 더 가깝게 접근하는 기회와 방법을 찾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갑질문화로 인하여 김영란법에서 문제라 지적하는 불공정 접대, 선물, 금품수수 등이 일상화 된 것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갑질의 특성을 고려하면 갑질문화, 갑을 관계의 변화 없이는 공정한 사회 투명한 사회는 기대하기 어렵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위해 김영란 법이 필요조건이라면 갑질의 근절은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김영란법의 정착과 공정한 사회, 그리고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협력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에 만연해있는 갑질을 근절시키는 것이 보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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