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차 다방
/채선
막차를 놓쳐본 적 있나, 당신
간발 늦게 당도하여 점점 멀어지는 시간의 꼬리
도마뱀처럼 달고
카바이드 냄새나는 겨울비에 젖어보았나.
만연한 문장 같은 역전 골목
파르라니 떠는 불꽃, 머리 박은 채 꼬치를 먹는 사람들과
거대해진 머리 흔들리는 포장마차 그림자
사이
떠나야 했을 당신과 떠나지 못한 당신
사이
막차는 뜨고
한때 빡빡머리 청춘들의 홍염이 들러 간 자리
낡은 석유난로에 겨울비를 넣고, 홀로
짜글짜글 시간을 끓이고 있는 늙은 마담 앞에서
뿌옇기만 한 연애처럼
졸아본 적 있나
한 번 놓친 막차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체 기다리며 늙어가는 당신.
어디론가 늘 한 발 먼저 떠나는 것들의 꼬리
기적만큼 길다.
- 채선 시집 ‘삐리’ / 한국문연
막차를 기회로 읽어본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공평하게 온다는 말이 있다. 그 기회를 낚아채는 사람과, 무심히 흘려보내는 사람과, ‘간발 늦게’ 놓쳐버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스스로 복이 많다고 행복해하거나 지지리도 운이 없다고 불평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막차는 오늘의 막차이며, 내일은 또 내일의 막차가 기다릴 것이다. 막차를 놓쳤다고 늙은 마담처럼 짜글짜글 시간을 끓이지는 말자. ‘뿌옇기만 한 연애’처럼 쓸쓸한 기분은 ‘역마차 다방’이라는 후미진 공간에 넣어 두자. 다시 ‘모르는 체 기다리’는 사람이 되기로 하자. ‘늘 한 발 먼저 떠나는 것들의 꼬리’와 ‘기적만큼 길’ 수밖에 없는 놓친 것에 대한 회한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있으니까./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