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박근혜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한 단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8일 경기도교육청에서 가진 월례기자간담회에서 시대착오적 역사교과서가 나온다면 단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 교육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는 의도부터 비교육적이고 반역사적이었다면서 “국민들이 반대하는 일방적인 고시와 준비과정 등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만든 교과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본보 9일자 18면).
그리고 이 교육감의 말은 일리가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를 잘못 가르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라는 말까지 하면서 밀어붙인 사업이다. 그동안 대다수의 역사학자, 역사교사, 국민들이 반대를 했는데도 교과서의 집필자가 누군지, 집필기준과 내용이 무엇인지를 감춘 채 비밀작업으로 만들었다. 국정교과서란 국가가 직접적으로 저작에 관여해 그 내용 등을 결정하는 교과서다.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 오류와 편향성에 대한 교정이 필요하다며 2017년 1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기로 했다.
전국 교육감들과 국회 교문위 위원들이 지금까지 국정교과서 원고본을 보지 못했지만 교육부는 이미 전국 교육청에 2017학년도 국정교과서 주문공문을 보냈다. 이에 국정화 철회요구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했던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최순실씨의 최측근 차은택씨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순실 교과서’라는 말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집필기준과 집필진을 감추고 추진해야할 이유가 있었을까? 혹시 기득권층 일부의 입맛에 맞도록 친일·독재를 미화시키고, 오염된 역사관을 주입시키려는 의도는 아닐까하고 많은 이들이 의심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강제된 역사 교육은 일제 강점기, 유신독재시대, 북한 일인독재 체제에서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매국노들의 친일행위와 독재, 부정·부패 등을 지금까지도 철저히 청산하지 못했다. 올바른 역사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교육계, 학계의 반발과 국민의 억측을 불러일으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전면 재검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