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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야기]필부지언 중어태산 (匹夫之言 重於太山)

 

필자는 2016년 11월5일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백발의 노부부, 동료로 보이는 중년의 회사원들, 5~6세로 보이는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 대학생들, 그리고 고등학생, 중학생… 등 20만명의 국민들이 광화문 광장과 그 일대를 꽉 채웠다. 차도와 인도에서 한목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박근혜는”이라고 선창하면 어디선가 “퇴진하라”고 화답을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정이 거의 마비상태이다. 대통령이 최태민 일가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공과 사를 분별하지 못하고 최순실이 추천한 인물들을 등용해 최순실의 국정개입 농단을 야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군주의 마음이 사와 정의 구분여하에 따라 정치가 순수하게도 되고 잡박하게도 된다.”는 400년 전 조광조의 말이 필자의 가슴에 다가온다.

춘추시대 제자백가 중 법가(法家)의 대표적인 인물은 상앙은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法之不行自上犯也)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고, 의와 이를 구별하지 않으며,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허용하였고,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도움’을 받았는 바, 헌법이 부여하는 대통령의 권한과 책무를 방기하는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비서실의 문고리 3인방의 전횡 또한 대통령의 책임이다. 최순실의 입김이 닿는 곳마다 의혹이 제기되고, 의혹이 제기되는 범위가 문화, 체육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있다. 국정혼란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너무나 명백해 보인다.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의 취임선서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배신의 정치에 대한 응징이 박 대통령이 평소 지론이 아니었던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대통령 개인에 종속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의 궐위시 직무대행자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궐위에는 대통령의 사퇴와 탄핵도 포함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의 궐위로 국정이 중단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정중단이 대통령의 사퇴거부의 근거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대통령의 2차례에 걸친 대국민사과에도 불구하고 11월5일 광화문 광장에 20만명의 국민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다.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첫째,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과 관련된 사실이 쏙 빠져 있다. 자신이 감당하여야 할 책임의 실체를 밝혀야 진정한 사과다. 둘째, 시차를 두면서 야당의 요구에 대해 쪼개기 수용과 알맹이 없는 제안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행동은 수습이 아닌 혼란을, 최순실 게이트에 집중된 국민의 눈을 대통령의 퍼포먼스에 눈을 돌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진정한 마음으로 사과하는 자는 피해자의 화를 돋우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책임을 전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국가가 평안할 때에는 공경의 말이라도 기러기 털보다 가볍게 여기나 유사시에는 필부의 말이라도 태산보다 무겁게 여긴다.”(當國家無事之時, 公卿之言, 輕於鴻毛, 及國家有事之後, 匹夫之言, 重於太山)(고려사·‘이색 열전’)라는 말이 있다. 국민은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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