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다. 물 부족 현상은 올해 가뭄을 통해서도 심각하게 겪을 수 있었다. 물 부족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것은 빗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제주도에서는 나무에 짚을 엮은 뒤 짚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항아리에 모으는 ‘참항’이란 것이 있었다. 물이 부족한 지역 사람들의 지혜다. 이 참항의 지혜가 지금 절실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물 부족국가인 우리나라 빗물 재활용률은 26%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수원시가 참항의 지혜를 실천하는 ‘레인시티’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레인시티는 빗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모아서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춘 도시다. 단순히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빗물의 중요성과 물 흐름을 거시적 관점에서 인식, 지하수와도 연계해 물 순환 시스템을 관리한다. 수원시의 경우 수원종합운동장 지하에 1만t 규모 빗물저장시설을 만들어 주경기장과 kt위즈파크 야구장 등의 잔디용수, 청소용수 외 노면청소차 급수 등에 공급하고 있다. 영통동 영통고가차도 하부에도 40t 규모 저장시설을 지하에 매설해 차도 하부와 주변 녹지의 조경수로 사용하고 있으며 학교 등 대규모 시설에도 저장시설을 설치했다. 또 개인 주택에도 빗물저금통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까지 모두 196곳에 7만7천t의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하며 물순환 도시 기반을 만들었다. 특히 개인 주택의 빗물을 모으는 빗물저금통을 보급하기 위해 디자인을 개선한 모델을 제시하고 일반주택과 교육시설에 500만원 이내의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다. 시는 올해에도 빗물을 활용하는 신개념 도시 레인시티 건설 시즌2를 추진, 빗물 정원, 빗물이 통과하는 투수블록, 투수성 주차장, 빗물침투 도랑 등 빗물 활용 시설들을 저영향개발 기법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레인시티 사업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수원시 공공부문 주요 빗물이용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수원 종합운동장(1만t), 수원 월드컵경기장(2만4천500t), 광교신도시(1만5천90t) 등 4만9천890t의 빗물 중 현재까지 모두 1만2천924t이 사용됐다고 한다(본보 11일자 18면). 올해 가뭄으로 전국이 심각한 고통을 겪을 때 우리나라 최초로 레인시티 사업을 펼친 수원시가 그 효과를 본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시대에서 빗물활용은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레인시티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