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도처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문제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종업원에게 욕설과 폭력까지 행사하는 ‘진상손님’이나, 직원에게 사적인 업무를 시키고 공연한 트집을 잡아 구박하는 상사, 장애인 노동착취, 학교에서의 왕따나 폭력 등 곳곳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국민들이 몰랐던 인권침해 사례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다.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중에도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험도중 응시자가 급하게 화장실에 가야하는데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남녀 구분 없이 소변 봉투를 이용해 시험실 뒤편에서 소변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참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급한 설사의 경우는 어떻게 할까? 수개월, 수년간 밤잠을 못 이루며 준비해 온 시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들은 지금까지 이런 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런데 지난 8월 24일자 국가인권위원회의는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과 관련해 시험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거나 응시자에게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포함, 응시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제도를 개선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올해 안에 수험생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수원시인권센터가 있다. 수원시인권센터는 지난해 6월 도내 30개 시·군 공무원 시험과정에서 ‘소변 봉투’를 사용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시험장 뒤편에서 용변을 보도록 한 시험 실시기관의 행위가 비인격적일 뿐 아니라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 품위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판단했다. 제도개선을 요구했지만 행자부와 인사혁신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험의 공정성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뿐만 아니라 인사혁신처의 제도개선 약속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수원시는 지난 2015년 5월 4일 민간인 인권전문가 2명 등으로 구성된 수원시인권센터를 개소했다. 9월말 현재까지 누적 상담은 90여건에 달하는데 지난 4월 영통구가 추진한 ‘소각용 쓰레기봉투 실명제’ 개선, ‘지방세 체납안내문 고지서’ 봉투 겉면 지방세 체납사실 기재 개선, 근로자 인권 침해적 용어 개선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인권은 지자체가 추구해야 할 기본적 정책적 가치”란 염태영시장의 말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