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지난 21일자 사설을 통해 최근 충청·호남권에서 올 겨울 첫 번째로 발생한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경기도로 확산되지 않도록 도내 가금농가와 경기도, 각 지자체의 철저한 방역관리와 각별한 주의를 촉구했다. 그런데 우려한 AI가 경기도내에서도 발생했다. 양주시 백석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고병원성 H5N6형으로서 최근 충북, 전남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것이다. 고병원성 H5N6형은 인체 감염사례가 있는데 중국에서는 2014년 이후 16건 발생, 9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번에 양주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함으로써 경기도 등 수도권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9일 양주 산란계 농장에서 닭 240마리가 폐사하자 방역당국은 해당 농장의 닭 1만5천 마리를 곧바로 ‘살처분’ 했다. 아울러 해당 농장 반경 3㎞ 안에 통제소 4곳을 설치하고 반경 10㎞ 이내 닭과 오리 등 가금류 농장 119곳(77만 마리)을 이동제한 조치했다. 이와 함께 농장주의 건강 상태도 정밀 파악하는 중이다. 당국은 양주 농장의 고병원성 AI발생이 철새에 의한 감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더 걱정 된다. 사람이나 축산물의 이동에 의한 것이라면 통제조치를 하면서 막을 수 있겠지만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철새가 옮겼다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번 AI의 확산속도가 예전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 발생한 H5N8형 AI는 가금류에 어느 정도 면역력이 생겨 확산을 막을 수 있으나 H5N6형은 처음이어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축산농가들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양주와 인접한 포천은 전국 달걀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최대 산란용 닭 산지다. 포천지역에는 농가 120여 곳에서 산란용 닭을, 90여 곳에서 고기용 닭을 키우고 있다.
포천 등 가금류 사육 농장들이 밀집돼 있는 지역으로 AI가 확산된다면 닭고기와 달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며 자칫 닭고기와 달걀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더욱이 지난해 1월과 4월에도 포천에서 AI가 발생, 양계농가들은 아직 그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경기도는 AI 긴급방역예비금을 투입키로 하고 전파를 막기 위해 정해진 메뉴얼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과 가금류 사육농가 모두 철저하게 대처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