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과 호남권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부터 본란(11월21·24일자)은 AI가 경기도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방역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국에 당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기도 역시 AI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채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양주시가 먼저 뚫렸고 포천에 이어 이천과 안성, 평택으로 확산됐다. 동서남북 모든 지역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가축들을 정성껏 길러온 축산농들에게 피눈물을 쏟게 만드는 이른바 ‘살처분’도 예외 없이 실시되고 있다.
양주 13만3천300마리와 포천 23만 마리, 안성 2만7천 마리, 이천 16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또 평택시 고덕면 한 농가의 오리 60여 마리가 이틀에 걸쳐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정밀검사를 한 결과 AI 감염 사실이 확인돼 오리 4천500마리가 살처분 됐다. 이와 함께 화성시 양감면의 한 종계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200여 마리가 집단폐사하자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2만3천마리를 도가 예방적 차원에서 도살 처분하기로 했다. 이처럼 도내 전역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산되고 있다. 축산농가와 방역당국을 더욱 긴장시키는 것은 시작된 겨울이 본격적인 철새 도래 시기라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가 도내 가금 농가 2천797곳에 대한 방역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 농가뿐만이 아니라 20마리 이하의 닭, 오리를 사육하는 소규모 농가까지 지속적인 방역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철새도래지는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 주 1회 간격으로 바이러스 정밀검사를 실시, AI 유입여부를 확인하는 조기 감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1일부터 비상 대응반을 편성, 신고대응, 농가예찰, 역학조사, 정밀진단 등 신속 방역조치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국의 ‘지속적인 방역관리’ 발표에도 불구하고 AI는 연례행사처럼 창궐하고 있다. 정부가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AI나 구제역 등이 발생할 때마다 확산방지에만 집중하고 있다. 또 계절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는 철새만 원망하고 있다. 정부의 원천적인 차단 대책이 필요함에도 예산타령만하다가 매년 AI를 맞는 것이다. 게다가 더 기가 막힌 것은 요즘 AI 차단을 위해 밤낮없이 사투를 벌이는 지자체 현장 공무원들을 감찰해 분노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연합뉴스 보도).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는 정부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