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이 사실상 가시화됐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그는 엊그제 한국 특파원단과 가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대권도전 의지를 밝혔다. 대권도전에 대해 그동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으나 국내에서 대권 예비주자들 가운데 줄곧 지지율이 선두를 달려왔기에 출마의지를 자극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퇴임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대권도전 의사를 어느 정도 밝혀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작심을 하고 한 말이라 생각한다. 반 총장의 이같은 선언은 국내 정치권에도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권에서 떠오르는 강력한 주자가 마땅치 않은데다 야권에서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민들로부터 식상한 인물들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그렇다.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그나마 참신한 인물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여망에 따라 지지율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도 새로운 사람,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든 그의 당선 가능성은 제쳐놓더라도 일단 대권 출마의사를 피력하면서 현실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선언은 기존 정치권에 크나큰 경종을 울려줄 것이라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일 수 있다. 국제기구의 사무총장 출신이 자국의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찬반여론도 있다. 그러나 그가 공직경력과 국제무대에서의 여러 경험은 지금의 정치인들보다는 국민들의 기대를 갖게 하는 측면도 있다. 비박이나 국민의당 그리고 제3지대 등에서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도 그의 지지도와 경험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정치는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험난한 검증과정도 거쳐야 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지만 반대편에 선 사람들로부터 받게될 수많은 의혹과 비난도 이겨내야 한다. 벌써부터 충청 출신 정치인과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모여들고 있다. 그렇다고 충청권 대망론 등 지역주의에만 의지해서도 안 된다.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않으면 오히려 국민들이 실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회에 대한민국을 정치 선진국으로 도약시킬 만한 획기적인 국정철학을 담아야 함은 물론이다. 다른 주자와의 차별화 전략도 세워야 한다. 넘아야 할 산도 많고 그 길이 험난하겠지만 그의 행보를 조심스레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