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등심
/마경덕
둥근 접시에
선홍색 꽃잎이 활짝 피었다
되새김질로
등에 꽃을 심고 쓰러진 소여,
피처럼 붉은 저 꽃은
죽어야 피는 꽃이었구나
-시집‘사물의 입’
꽃이라 한다. 꽃으로 피어난 등심이라 한다. 애니미즘의 시각으로 이 시를 들여다본다. 그렇게 보니 이 짧은 시가 고통스럽다. 모든 무생물에게도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데 하물며 생명 있는 축생임에랴! 마블링 잘 된 소일수록 그가 겪는 극도의 스트레스성 환경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행동이 제한된 비좁은 축사, 살찌우기 급급한 과잉 급식, 그로 인한 배설물로 오염된 축사환경 등등. 그들은 등골뼈 위에 그렇게 고통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 당장 오늘 저녁 식탁에 지글 지글 꽃등심이 오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군침이 돌 게 분명하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꽃은 죽기 위해 피어난다. 종족보존의 본능적 발현으로 열매를 맺음으로서 소임을 완성한다. 그러나 저 등심꽃은 인간의 식욕을 위한 헛꽃이다. 인도의 토테미즘이 오히려 인간다워 보이는 하루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