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결국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 적용을 1년 연기하고 국정화도 철회했다. 아울러 2018학년도부터 국정과 검정교과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국·검정 혼용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역사학계와 국민의 여론을 잠재울 수 있어 일단은 잘한 일이다. 박근혜정부는 그동안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에 좌경·왜곡된 내용이 많다는 점을 근거로 국정교과서를 정부 고시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최근 촛불시위에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지고 혼란스런 탄핵정국이 지속되면서 국정의 동력을 잃은 것도 이같은 결정의 주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에는 교육부도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처가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학계나 학교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이준식 부총리는 27일 대국민담화에서 교육부가 그동안 개발한 국정 역사교과서는 폐기하지 않고 살려나가겠다고 했다. 또 2018년 국·검정 혼용체제 도입에 앞서 2017년에는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도록 할 방침도 밝혔다. 연구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서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년에 사용할 검정교과서를 학교현장에서 재주문한다거나 국정교과서 수요 조사 등을 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 혼란이 불가피할 정망이다. 필요한 행정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1년을 연기한다는 발표에서도 아직 논란의 씨앗은 남겨두고 있다. 1년 후 역사교과서에 대한 논쟁과 이념적 갈등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건국절에 대한 논란을 비롯해 대한민국 정부수립 서술에 대한 문제 등이 아직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현장검토분 공개 이후 건국절 반영 내용 수정 의견이 1천157건에 이른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역사는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좌편향 시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과서의 선택권자인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이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보다 다양한 시각을 담은 수요자들이 이를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유념해야 할 것은 역사교과서는 미래사회 동량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수립하고, 투철한 국가관을 심어주는 데 초첨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