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진 사람들의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쓸쓸한 것 같다. 최순실과 그 일당들의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의 속은 들끓고 정국은 혼란하다. 그리고 국격도 추락했다. 경기불황으로 서민경제는 바닥을 기고 있다. 수은주도 떨어지고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손길도 예전에 비해 줄어들어 더 썰렁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마음속의 추위를 달래주던 구세군 자선냄비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어 예전보다 모금액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는 전국 주요도시에 설치돼 있는 ‘사랑의 온도탑’에도 반영된다. 시민과 기업체 등의 자발적 기부로 목표액의 1%를 달성할 때마다 1도씩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달 21일부터 내년 1월말까지 72일간 ‘희망 2017 나눔 캠페인’을 펼치면서 설치했다. 이번 모금 목표액은 3천 588억원이다. 그런데 지난 25일 현재 전국 모금액은 1천671억원으로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46.6도였다. 모금기간의 절반이 지났는데도 목표액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경기도는 더 저조하다. 사랑의 온도탑 캠페인 기간(11월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의 절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온도탑 온도가 낮다. 크리스마스날인 25일 사랑의 온도탑은 42.4도를 기록했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 목표액은 252억4천만원, 그런데 이날까지 107억70여만원이 모금됐다. 이 성금은 사회복지시설 등 기초생계와 의료·건강, 보육·양육·안전, 취약환경 개선, 교육·취업·자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가정과 저소득층 중증 질환자의 의료비로도 사용된다. 이렇게 뜻깊은 일에 사용되고 있는데 왜 실적이 저조할까?
특히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십시일반 도울 줄 아는 착한 심성을 지닌 우리 나라사람들이 모금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광에서 인심난다’고 서민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도 직접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되겠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콩 하나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자기는 굶어도 길손에게 대접하는 심성이 있다. 그런데 왜 기부와 후원이 줄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순실 일당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사태 등으로 인한 불신풍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이웃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그들’보다 가난하지만 공동체 의식이 있는, 마음이 따듯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