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가시
/유하
시를 탓한 적이 있지요
내가 무능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시는 몸에 박힌 가시였어요
너무 작아서 뽑아낼 수도
아픈 까닭에 그냥 잊고 살 수도 없는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내 삶의 하느님은
오직 그 작은 가시 속에서만
그의 온전한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집 ‘천일馬화’ / 문학과지성사·2000
사랑할수록 애증의 감정이 쌓인다. 깊어질수록 외면하고 싶은 유혹으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 고로 시는 끝이 없다. 끝이 보이지 않아서 영원히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 치명적 매혹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지언정 빠져 나올 생각이 없음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서 시인은 시는 몸에 박힌 가시라고 말한다. 영혼 깊숙이 박혀 짜릿한 쾌감이 올 때마다 그에 합당한 힘을 보여주고 있음이다. 허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고통을 나누며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사랑스럽지만 채찍과도 같은 가시와의 동거 없이 어떻게 한 줄의 시가 탄생되겠는가. 그 작은 가시 속에서만 비로소 시가 오는 것을.
/정운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