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黃金詩)
무엇이? 만물은 느낀다고! -피타고라스-
/제라르 드 네르발
인간이여! 자유 사상가─그대는 믿고 있는가?
생명이 모든 것에서 작렬(炸裂)하는 이 세상에서 그대만이 생각하는 존재라고?
그대는 가진 능력을 자유로이 쓸 수 있다.
그러나 그대의 모든 생각에서 만물은 빠져 있다.
짐승 속에서 움직이는 정신을 존중하라……
모든 꽃은 하나하나 대자연에 핀 독립된 영혼이며
금속(金屬)에는 사랑의 신비가 담겨져 있다 :
만물은 느낀다─그리고 만물은 그대의 존재에 강력하게 작용한다.
눈 없는 벽 속에서 그대를 살피는 눈을 두려워하라
물질에도 언어가 부여되어 있으니……
이를 불경한 일에 쓰지 말라.
자주, 희미한 존재 가운데 신이 숨어 있으며
갓난아기의 눈이 눈꺼풀로 덮여 있듯
순수한 정신이 돌 껍질 속에서 자라고 있다.
- 프랑스시선‘을유문화사’ /1985
남들보다 이미 반세기도 전에 초현실을 본 시인이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큰아버지에게 시인을 맡긴다. 큰아버지는 심령술이나 점성술에 관심이 많았다. 시인은 큰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그의 생애 내내 지속될 초현실적인 꿈을 지니게 되었다. 꿈과 현실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그는 꿈속으로 자신을 완전히 내던져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시를 썼다. 그의 꿈은 현실이었고, 현실은 곧 꿈이었다. 그 자신이 곧 꿈과 현실의 연결자 역할을 한 것이다. 만물의 본질을 그는 본 것이다. “물질에도 언어가 부여되어 있으니…… 이를 불경한 일에 쓰지 말라.”는 구절은 그가 현실을 소홀히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순수한 정신이 돌 껍질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