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의 콩나물밥과 달래간장, 잘 만난 남녀같이 음식 궁합이 좋다고들 말한다. 이처럼 우리 음식에는 ‘겉들이면 더욱 좋고, 떨어뜨려 놓으면 어색한’ 찰떡궁합 음식들이 많이 있다. 치킨과 맥주, 탕수육과 짜장면, 삼겹살과 소주 등 원초적 조합으로 불리는 것 이외에 ‘환상의 궁합’으로 불리는 ‘음식 짝궁’들은 수없이 많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을 비롯해서 된장과 부추, 감자와 치즈, 고등어와 무, 굴과 레몬, 냉면과 식초, 닭고기와 인삼, 딸기와 우유, 미역과 두부, 복과 미나리, 인삼과 꿀,초콜릿과 아몬드 등등.
궁합이 좋은 음식은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토마토는 위장의 소화를 돕고 산성 식품을 중화시키는 효능이 있어 고기나 생선,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는 식이다. 파전도 그렇다. 파전의 주재료인 파의 성질은 따뜻하다. 거기에 굴이나 오징어, 녹두, 밀가루 등을 섞어서 파전의 성질을 중화시켜 궁합이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육회등 쇠고기 요리에 배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배에 단백질 분해 효소가 함유되어 있어 고기와 만나면 아미노산을 만들어내 육질이 연해지고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의 조화라는 것이 어디 이로운 것만 있겠는가. 두 음식이 섞이면서 다른 쪽의 영양소를 파괴하거나 심지어 양쪽에 없던 독성을 만드는 것도 있다. 파는 철분과 비타민이 많은 식품이지만 인과 유황의 함량이 높아 미역 속에 있는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둘의 배합을 피하는 것이 좋다거나, 장어와 복숭아를 함께 먹으면 복숭아의 유기산이 장어 지방의 소화를 방해해 설사를 유발한다든지 하는 것 등이다. 심지어 게장과 생감의 궁합은 상극이어서 죽음에 이를 수 있다하여 예부터 금기 음식으로 여겼다.
엊그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양파가 고기를 구울 때 나오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독성을 크게 줄인다’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아울러 상추와 마늘도 독성 감소 효과가 그에 못지 않았다고 밝혔다. 느끼함을 줄이기 위해 상추에 삼겹살과 마늘, 고추를 싸 먹어온 우리의 식습관속에 이런 음식 궁합의 비밀이 숨어있었다니 새삼 반갑다./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