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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국민이 아니라 주민으로 살기

 

우리는 아침에 특검과 탄핵심판 진행상황, 대선후보들의 동정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는 모르지만 청와대 관저에는 누가 머무는지 궁금해 한다. 삼성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도 삼성의 영업실적에 관심이 많고, 서울에 살지 않아도 강남 부동산 가격의 등락에 민감하다. 지역에서 발행되는 일간지가 수십 종이 넘지만 그런 지방지들을 자기 집에서 구독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별로 본 적이 없다. TV뉴스도 공중파나 종편처럼 국가적 뉴스를 다루는 방송을 주로 보고, 지역뉴스를 다루는 케이블은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옷을 사도 세계적 브랜드의 옷을 주로 사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들을 주로 이용한다. 하다못해 치킨이나 커피, 피자도 전국적 브랜드를 주로 이용하니까 동네 가게들은 모두 울상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관심은 대부분 국가차원의 관심사들뿐이다. 자기 지역의 문제, 자기 이웃의 문제는 특별히 직접 관련된 경우에만 눈을 돌린다.



수많은 문제가 우리의 중앙지향적 의식구조에서 비롯돼

우리의 의식구조가 이렇게 전국적, 또는 중앙지향적이므로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교육과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의식에 따른 당연한 결과는 부정하고 싶어 한다. 대통령에게 권한을 몰아주고서, 남용되거나 악용되는 것에 분노한다. 모든 대학입시는 국가가 기준을 만들면서 대학서열화를 걱정하고,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면서 개성 있고 창조적 사고를 하는 청년을 기대한다. 수출중심의 경제는 대기업 위주로 꾸려져 있는데 재벌의 경제력집중과 경영권승계를 걱정하고, 대부분 40대에 퇴직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기업 입사를 선호한다. 사소한 지역 현안까지 기획재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챙기면서 기초의회의 비능률을 걱정한다.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결국 문제는 우리들의 의식이다. 이제 우리의 관심을 주변의 문제들에게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웃의 문제는 이웃끼리, 지방의 문제는 지방의 노력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물론 국가적 차원의 관심을 전혀 가지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균형 있는 관심의 배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요즘 우리는 국민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피곤하고 팍팍한지 실감하는 중이다. 탄핵정국이 아니더라도 국가경제의 어려움, 북한의 핵위협, 국정공백을 파고드는 중국과 일본의 압력 등 국가차원에서는 행복한 뉴스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뉴스만 접하는 국민들 모두가 우울해 하고 피곤해 한다.



국민이 아닌 주민으로서의 삶에 좀 더 관심을 두어야

국가의 구성원을 국민,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역의 구성원을 주민이라고 한다. 이제라도 주민으로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혹시 어려운 이웃은 없는지,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는 없는지 살펴보자. 지역사회에서는 나의 존재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가차원에서 나의 존재는 미미하고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 최상위 소수의 가진 자가 아니면 상실감만 더해갈 뿐이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행복한 소규모 공동체, 즐거운 이웃이 여러 곳에 존재한다. 누구나 그런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서유럽 같이 이른바 선진국에 가보면 대도시는 대도시 나름대로 편리함과 규모의 경제가 살아 있지만, 지방은 지방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추고 있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으므로 지방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시골에서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 특히 교통과 교육은 잘 구비되어 있고 개성 있게 운영된다. 재래시장에 가면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지만 아주 귀한 물건들이 즐비하고, 주말이면 동네의 벼룩시장에 안 쓰는 물건들을 내놓고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주인을 찾는다. 지역신문에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이웃집 잔치를 알려준다. 우리의 예전 시골 같이 더불어 사는 모습들이다. 이런 것이 주민으로 사는 소소한 행복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젊은 사람들은 이처럼 지역중심의, 소규모 친밀한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들도 학과나 학교차원의 행사에는 참여율이 떨어지지만 친밀한 교우관계, 끼리끼리 문화는 늘어만 간다. 이런 사회적 변화를 못 따라가거나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은 정치권과 언론뿐이라고 한다면 과장된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