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2일 국회에서 가결돼 노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 표결을 저지하는 열린우리당 의원과 국회 경위 및 야당의원간 격렬한 충돌 직후 실시된 이날 탄핵안 표결은 재적의원 271명 가운데 195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가결됐다.
56년 헌정사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거나 유고상황이 발생한 것은 4.19혁명, 5.16군사쿠데타, 12.12쿠데타 등 3번 있었으나 국회 탄핵에 의해 합법적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핵안 통과이후 김기춘 국회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후 탄핵 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법재판소와 대통령에 전달했고, 즉시 국정운영은 고 건 국무총리의 권한대행체제로 전환됐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대통령 직위는 그대로 유지한다.
고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 체결.비준권 등 헌법과 법률상의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국정운영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헌재 결정은 최장 180일 이내에 내려지도록 돼있지만 결정은 총선을 전후해 내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9명의 헌재 재판관 가운데 6명이 찬성하면 노 대통령은 파면된다. 그러나 5명 이하일 경우 탄핵안은 자동폐기된다.
탄핵심판을 맡게될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은 "국가중대사인 만큼 법절차에 따라 신속.정확하게 심리를 진행해 나가겠다"며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노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가를 집중 심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불과 34일 남긴 시점에서 노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정국은 엄청난 회오리 속에 빨려들 것으로 보이며, 여야간 대화 부재의 극한 대치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총선 국면도 극히 불투명한 상황으로 접어들게 됐다.
또 탄핵 찬.반 세력간 격렬한 논쟁과 시위가 예상되면서 극심한 국론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날 탄핵안 통과이후 증시가 21.13 포인트 급락하는 등 경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고 총리는 탄핵안 통과 직후 임시 국무회의를 비롯한 비상 대책회의를 잇따라 주재하며 "국정혼란 방지와 후유증 최소화를 위한 전 내각의 흔들림없는 국정수행 전념"을 당부했다.
탄핵안 통과후 노 대통령은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있고 헌재는 법적인 판단을 하는 만큼 정치적 판단과는 다를 것"이라며 "몇달 뒤 제가 여전히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이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이병완 홍보수석은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수석.보좌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헌재 심판이 조속히 내려지기를 바란다"며 "(국회의 이번 결정을) 역사발전을 위한 시련으로 생각하며 국민과 역사의 심판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고 총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고 총리의 국정보고를 위한 임시국회 소집, 고권한대행 체제에 대한 전폭적 지원과 시국수습책 논의를 위한 4당 대표회담을 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