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1999년 회사 창립 이래 가장 큰 경영진 개편을 단행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이사회 의장을 맡아온 이해진 창업자가 떠나고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새롭게 이사회를 맡고, 8년 간 네이버를 이끌어 온 김상헌 대표이사도 물러나고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총괄 부사장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네이버는 지난 17일 성남 분당구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변대규 회장과 한성숙 대표 내정자를 신임 이사로 뽑는 안을 의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네이버의 새 수장이 된 한 대표는 회사 창립 이래 첫 여성 CEO이며, 국내 포털업계 전체로도 ‘여성 수장 1호’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 대표는 간편결제·라이브 동영상·쇼핑 등 네이버의 핵심 모바일 서비스를 키워온 ‘현장 중심’ 리더로, 네이버를 기술 플랫폼(기반 서비스)으로 키우고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변 회장은 셋톱박스 분야의 세계 정상급 기업인 휴맥스를 키운 ‘한국 벤처 신화의 1세대’로, 서울대 공대 박사 출신의 이공계 기업인이다.
변 회장은 네이버가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의 대중화를 위해 기술 플랫폼으로 변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그동안의 업력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조력자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진 창업자는 이사직만 유지하면서 유럽에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는 등 국외 신사업 발굴에 전념할 예정이다.
김상헌 대표는 이번 주주총회를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퇴진해 네이버 고문으로서 경영자문만 하게 된다.
네이버의 수뇌부 교체는 사주 편법 승계나 경영권 독식 등 병폐로 질타받는 우리나라 상당수 대기업들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11.27%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3대 주주는 모두 외국계 기관투자자로 지분율이 각각 5.27%, 5.03%다. 이해진 창업자의 지분율은 4%대로 알려졌다.
한편, 네이버는 이날 주총에서 웹툰(인터넷 만화) 사업 조직을 ‘네이버웹툰’(가칭)이란 자회사로 분사하는 안을 의결했다.
/김장선기자 kjs76@